[화요광장] 개척자들의 도시, 대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전에 살았지만 대전에서 태어나진 않았다. 아마 대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알아 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대전은 영·호남이 고향인 분들과 충청도가 고향인 분들, 거기에 6·25전쟁 때 이북에서 피난오신 분들과 수도권 분들이 일부 작은 분포로 구성돼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대전의 민심이 승패의 척도(?)가 된다고들 한다.
아마 이것은 대전이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근세에 만들어진 비교적 젊은 도시이기 때문에 생긴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은 1904년 철도가 부설되면서 대전역을 중심으로 일본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생긴 신흥도시라 할 수 있다.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빠른 인구성장을 통해 도시가 형성됐다. 1932년엔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충청의 최대 도시로 성장하게 됐고, 많은 기관과 기업이 자리잡으면서 이때 대전상공회의소도 설립될 정도로 번성했다.
광복과 6·25전쟁은 다시 한번 대전을 변모시켰다. 전쟁으로 파괴된 대전은 빠르게 복구됐으며, 피난민들이 만든 중앙시장은 영·호남을 아우르는 도매시장으로 성장하면서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대전은 '중도대전'이라는 명성을 가지게 됐다. 교통의 중심지로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중부권을 아우르는,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가 됐다.
대전은 도시의 탄생부터 허허벌판에 사람들이 모여 개척의 역사로 이뤄졌다. 그런 개척의 정신을 기반으로 1970년대는 한국표준연구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대전에 모여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큰 역할을 해왔다. 현재 선진 대한민국의 과학수도가 바로 대전임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93 엑스포는 과학수도 대전을 다시 한번 도약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엑스포에 참가했으며, 온 국민이 대전을 방문해 과학도시 대전의 발전성과 가능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대전은 이제 대한민국을 3만불의 선진국으로 이끈 IT와 반도체, 바이오 헬스, 항공우주, 방산, 핵융합, 양자컴퓨터, 수자원 및 환경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모든 동력을 가진 도시가 됐다.
또한 대전은 KAIST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들을 통해 전국의 인재들을 불러모았고, 더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해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이런 인재를 쫓아 대전에 모여들고 있다.
이전에는 공장 부지가 부족해 대전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대전을 떠나 인근 도시로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산업단지 조성정책으로 많은 기업들이 대전을 다시 찾고 있다.
그 외에도 대전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물 관련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의 본사가 둥지를 튼지 50년 가까이 돼가고 있으며, 1990년대에 자운대의 군인들과 정부3청사의 공무원들이 입주해 대전의 새로운 역사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축을 만들어 줬다.
이처럼 대한민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지금의 대전을 만들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전의 이러한 개척자 정신은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됐다.
아시아 혁신도시 1위의 막강한 과학·기술력과 훌륭한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대전 기업들은 이미 코스닥 상장기업 숫자로 대구나 부산을 곧 능가할 것으로 보이며, 시가총액은 이미 이들 도시를 크게 뛰어 넘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의 용광로에 담겨 새롭게 만들어진 대전만의 개척자 정신과 도전정신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개척자 정신으로 대전을 이뤄냈고, 우리 자손은 고향 대전과 그 대전의 도전정신으로 세계를 제패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초일류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전시민인 것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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