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R&D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제
지난 12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전년 대비 10조 원 증가한 총 112조 원의 연구비로, GDP 대비 5.21%의 규모이며 이스라엘(5.56%)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하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미국의 9분의 1, 중국의 5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투자 확대의 여지는 남아있다. 재원별 비중은 정부 26조 원, 민간 86조 원이며, 주체별로는 대학과 공공연에 20.6%, 기업에 79.4%가 투자됐다. 상위 10개 사의 연구비가 45조 원 이상으로 민간 부문 전체의 51.2%를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R&D 투자 대비 연구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선진국 대비 연구성과의 산업화 연계가 부진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제도적인 한계와 관행을 지적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절차적 적법성을 중시하는 관리 중심의 제도나 규정으로 인해, 연구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세계 6위 수준의 연구역량에도 불구하고 창의적·도전적인 과제 제안이 제한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과제관리는 공정성에 치중해 중복과제를 제한하고, 평가자와 동일 기관의 평가위원은 전문성과 무관하게 제외했다.
반면, 선진국은 미국 DARPA 프로젝트 등에서와 같이 중복된 과제 지원도 허용하고, 전문성을 최우선한 평가위원 선정으로 우리와 비교된다. 따라서, 중복과제 지원을 허용하여 더 많은 연구자들이 중요분야 성과 창출에 도전하고, 상피제를 완화하여 평가의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업지원 연구비에 대한 세법의 개편과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자율성 부여가 필요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R&D 투자와 정부 지원 비중은 2%대로, G5 국가들의 평균인 19%와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R&D 투자 비중은 G5 평균을 웃도는 26%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 규모에 따른 정부 R&D 투자 정책에도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 세액공제율은 25%로 유지되고 있지만,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10년 전 6%에서 2%로 계속 축소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육성이 어려운 추세라고 전경련은 지적한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 기조는 유지하되, 대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세액공제율 상향조정 등의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공공연구기관들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은 정부 R&D 예산 중 16%인 4.9조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어, 성과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지난 수십 년간 출연연들의 예산은 대폭 증가했으나, 인력보강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정규직 정원과 인건비 총액을 정부에서 통제받는 상황으로 예산이 있어도 인력 충원이 불가해, 신규 연구 분야 연구자나 국가 현안 해결을 위한 고경력 전문가 영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런 내용은 11월 말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출연연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연구 자율성을 부여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확보함으로써, 연구 수월성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는 GDP 대비 세계 2위, 규모로도 세계 6위권의 국가 R&D 예산을 투입하며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를 통해, 세계 6위의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유례없는 대규모 R&D 예산 삭감 발표는 자칫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저하나 연구계 기피 현상으로 이어져, 국가 R&D 역량 추락을 초래할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보완할 정부와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R&D 투자 확대와 연구자들의 자율성 보장 등 정책적, 제도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외부 환경변화에 휘둘리거나 자부심을 잃지 말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활동에 지속해서 몰두하기를 바란다. 윤성철 한국화학연구원 국가전략기술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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