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기차는 시기상조였나…독일도 보조금 중단 ‘날벼락’ 왜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2. 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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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나 빠르게 조기 종료
8년간 보조금 14조원 지급
예산 파동후 지출 대폭 감축
英, 내연車 판매 5년 더 연장
佛, 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사진 = 픽사베이]
프랑스에 이어 독일 정부도 예고 없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경제수출감독청(BAFA)은 전날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6일까지 신청한 보조금은 지급되지만 17일부터 신규 신청자를 받지 않는다. 당초 내년 말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1년 가량 빨리 중단됐다.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사상 초유의 ‘예산 대란’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올해와 내년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정부 돈줄이 묶인 상태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코로나19 예산 가운데 600억유로(약 85조4000억원)를 기후변화대책기금으로 전용한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숄츠 총리의 3당 연립정부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대대적인 지출 축소에 들어갔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원했던 소비자들에게는 불행한 상황”이라면서도 “더 이상 사용할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보조금 중단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기차 보조금의) 정해진 종료일은 결코 없었다”면서 “돈이 바닥날 때까지만 운영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경제부에 따르면 2016년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약 210만대의 전기차에 총 100억유로(약 14조원) 상당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독일은 4만유로(5561만원) 이하 전기차에 4500유로(637만원), 4만~6만5000유로(5662만원~9200만원) 차에 3000유로(425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에 따라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정부가 지난 9월부터 기업용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자 같은 달 독일 내 전기차 판매량은 29% 줄어들었다.

중국, 미국과 어렵게 경쟁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기차 전환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자동차 업계는 경고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의 페르디난드 두덴휘퍼 애널리스트는 현지 일간지 라이니쉐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은 고객이 있어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지만 독일은 더 이상 고객이 없다”며 “(보조금 중단으로)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보조금 제도를 폐기하면 2030년까지 1500만대 전기차를 보급하려는 독일 정부의 계획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1500만대 목표는 이미 극도로 비현실적이었는데 (보조금 중단으로) 이제는 완전히 환상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지난 14일 이른바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녹색산업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비유럽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대거 제외된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녹색산업법은 전기차 생산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환경점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법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거리가 먼 한국, 일본, 중국에서 생산·운반되는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5000~7000유로(708만~991만원)의 현금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연간 총 10억 유로(1조4159억원)를 지출해 왔다.

하지만 프랑스 재무부는 지급된 보조금의 3분의1가량이 중국산 전기차 구매자에게 돌아간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해 제도 변경에 나섰다.

영국도 지난 9월 20일 2030년으로 예정돼 있던 영국 내 휘발유와 경유 신차 판매 금지를 203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여전히 높은 전기차(EV) 가격을 언급하며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전기차 판매도 타격을 입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해 팔린 전기차는 47만대로 전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의 18%를 차지한다.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그동안 보조금 혜택을 받아온 현대차의 친환경차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5(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 기준), 코나 일렉트릭 등의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도 보조금 지급 개편에 따라 보조금 적용 대상에서 기아차의 니로와 쏘울 등이 빠졌다. 한국 자동차 중에는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만 유일하게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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