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바닥 쳤다…보급형으로 판 키울까
현대 캐스퍼·기아 EV3,4 등 내년 보급형 출시
"주류 시장 전환 과도기…장기 성장세는 지속"
올해 하반기 눈에 띄게 위축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제조사들의 신차 출시,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판매량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에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가 줄줄이 출시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전기차 시장이 주로 얼리어답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들로 수요가 확산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보급형 전기차가 새로운 성장세를 견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위축했던 전기차 시장…보조금 늘자 반등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둔화했다가 9월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8월에는 전기차 대기 물량이 소진한 데 더해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이후 지난달까지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전월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9264대에 그치며 바닥을 찍었다. 이후 9월 1만3612대, 10월 1만5545대, 11월 1만5829대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제조사들이 가격 할인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9월 전기차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존 최대 680만원(국고 보조금기준)이었던 보조금을 차량가격 할인율에 따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최대 100만원을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작사의 경우 이런 제도 개편에 발맞춰 'EV 세일 페스타' 등에 참여하며 할인 판매를 개시했다. KAMA에 따르면 이를 통해 보조금 확대 대상 차종의 경우 판매 실적이 지난 9월 2044대에서 10월 4203대, 11월 4523대로 늘었다.
소비층 전환 과도기…보급차로 시장 확대 촉각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원인으로는 여러 요인들이 거론된다. 경기 침체 외에도 소비층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기존에는 주로 얼리어답터들이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왔는데 이제는 일반 소비층으로 시장이 전환하면서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전기차 수요 부진에 대해 "근본적인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주 소비자층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얼리어답터는 높은 가격과 불편에도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반면 주류 시장에 속하는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 역시 이런 영향에 시장이 위축했지만 정부의 보조금 추가 지원책 등으로 시장이 반등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정부의 시의적절한 추가 지원책 시행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는 시장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다"며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보조금을 일정 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충전 인프라 고도화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등으로 가격이 떨어지니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며 "앞서 중국 역시 보조금 정책이 종식된 뒤 수요가 크게 줄자 지원책을 연장해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렸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조사들이 내년에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층의 저변을 넓힌다면 최근의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르면 내년 7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는 내년 상반기 소형 전기 SUV EV3를 선보일 계획이다. EV3는 국내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어 하반기에는 중형 전기 세단 EV4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KG모빌리티의 경우 올해 출시한 토레스 EVX의 내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내년 하반기에는 전기 픽업트럭 O100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제품들이 출시될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면서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아직은 전기차 제품 선택지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 가격대가 다양한 기종들이 출시되면 시장 성장세를 이끌 수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경우 최근 다소 주춤한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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