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낄 때 아냐” “걸맞은지 의문”…‘한동훈 비대위’ 결론 못 내린 與

박지원 2023. 12. 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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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회의 최종 의견수렴 안팎
당 주류 친윤계 물밑서 여론조성 힘써
추대 여부 결정 ‘분수령’으로 여겼지만
반대 목소리 적지 않아 결론은 못 내려
정진석 “韓장관에 다들 호감 갖고 있어”
하태경 “내리꽂기 이미지 입혀져 우려”
윤재옥, 당내 목소리 더 듣고 결정할 듯
당 원내수석, ‘용산 교감설’엔 선그어
與 수도권 경합지 출마자들 ‘부글부글’
사실상 ‘용산 체제’ 선거 전략에 우려감
“대통령실 견제하며 쓴소리할 수 있어야”
일각선 “원칙대로 하면 된다” 기대 표명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총선을 약 4개월 앞두고 당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관한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기 위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물밑에서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여론 조성에 힘써온 만큼 이날 회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이날 회의에서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에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내 지도부는 더욱 고심에 빠지게 됐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체제 확립과 관련된 의견을 모으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가지게 됐다”며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지도체제 정비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국민께서 보고 계신다. 얼마나 건강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체성과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며 강한 회복력을 갖고 있는지 국민이 유심히 보고 계신다”면서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사 나누는 윤재옥 권한대행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입장하면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현역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여러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해 목소리를 냈지만, 한 장관 외에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 추대가 현재 여권 최대의 스타인 한 장관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상당수 제기됐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대비한 당의 소중한 자산인 건 맞지만 그런 만큼 선관위원장 등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의원. 뉴스1
비대위원장 출신의 정진석 의원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놓고 한 장관에 반대하는 의견은 못 들어봤다. 한 장관에 대해서는 다 호감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역량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괜히 다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어떤 분들은 지금 데뷔하는 과정에서 너무 ‘내리꽂기’ 이미지가 많이 입혀져서 오히려 한 장관에게 상처가 많이 났다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며 “한 장관을 쓰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 다들 (한 장관이) 당의 자산이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과 관련해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당이 비상상황인 만큼 ‘한동훈 카드를 아낄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많았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서울 지역구 중심부의 지상욱 전 의원도 ‘지금 아껴 쓸 때가 아니다. 보석이라면 빨리 써야 한다’고 절절하게 얘기해서 크게 공감됐다”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수도권 원외는 거의 일방적으로 열렬하게 (한 장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분들은 영남지역의 현역 소수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참석자들은 한 장관 추대론을 두고 ‘9대1’(장 최고위원)로 찬성이 많다거나 ‘6대4’(홍문표 의원), ‘반반’(하태경 의원)으로 찬반이 나뉘었다는 등 참석자마다 엇갈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윤 권한대행은 추가적인 여론 수렴 절차 등을 거쳐 비대위원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후에 판단하겠다”며 “공개적인 절차일 수도 있고, 비공개적인 절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은 절차에 용산 대통령실과의 교감도 포함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과 소통했다고 하면 큰일 난다. 김 전 대표가 그걸 하다가 큰일 난 것 아닌가”라며 “그런 절차는 아니고 추가적인 여론 수렴 절차이고 공개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내 여론조사를 통해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해보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공개 일정을 취소한 한 장관은 19일 국무회의와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尹 지지율 낮은데 韓 내세워 되겠나” “공천권 때문에 용산서 그립 못 놓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는 것에 대해 18일 수도권 경합지 출마자들은 우려하는 기색이 강하게 나타났다. 사실상 ‘용산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전략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수도권 민심 확보가 어렵다고 인식해서다.

현재 수도권의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한 출마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민심이 반영돼 있는 건데 ‘한동훈 카드’로는 총선까지 현재 기조 그대로 가는 거 아니냐고 지역에서 우려한다”며 “하지만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는 한 장관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많아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가 강한 건 맞지만 전국을 대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도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무게감이 큰 한 장관의 역할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 정도로 역할을 하는 게 전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다른 출마자는 “결국 공천권 때문에 용산에서 그립을 놓지 못하는 것”이라며 “선거 끝나고 당선되면 의원들이 (차기 권력을 향해) 제각각 움직이는 속성이 있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은 국정기조를 바꿔야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대통령실을 견제하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윤희숙 전 의원이 거론됐던 것도 일선 현장의 이런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출마자는 “현재의 수직적인 당청(당과 대통령실) 관계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면서도 한 장관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 관계자는 “진짜 혁신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과물에서 나오는 만큼 공관위 구성과 활동이 더 중요하다”며 “한 장관이 원칙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이 참석하는 연석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협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돼서 무슨 발언을 해도 이해충돌처럼 비쳐질 수 있어서 한 장관을 그런 역할로 우리가 밀어넣는 게 맞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서울 강동을 이재영 당협위원장도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전략과 전술을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면서 “거기에 과연 걸맞은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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