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전역 사정권’ ICBM 도발 vs 尹 “압도적 대응”…‘강대강’ 한반도

구현모 2023. 12.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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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BM 이어 연이틀 동해 발사
5개월 만에 ‘화성-18형’ 쏜 듯
실전배치 등 전력화 임박 관측
정찰위성과 함께 美 타격 과시
신 국방 “비행면에서 성공 평가”
尹 “NCG 과제 속도있게 추진”
北, 화성-18형 시험발사
73분간 비행… 최고 고도 6000㎞
4월·7월 도발 이어 세 번째 시험
액체연료 ‘화성-14형’ 대체할 듯
美, 한·일 안보수장과 공약 재확인
北 향해 “조속히 대화 나서라” 촉구
美 핵탐지 특수 정찰기 추가 배치
신냉전 이용해 핵보유국 등극 의도
2024년 세계안보 ‘연대결성’ 치중 전망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방적 파기를 선언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강행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지시하며 남북관계가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모양새다.

1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8시24분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이 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한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지점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은 정상 각도보다 높이 쏘아올리는 고각 궤도로 ICBM을 발사했다고 추정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MBN 방송에 출연해 “비행 면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7월12일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 화성-18형을 쏜 지 5개월여 만으로 이날 발사한 것도 화성-18형으로 추정된다. 여러 차례의 시험발사를 통해 안정성이 확인됨에 따라 실전 배치 등 전력화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최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태평양 괌의 미군 기지 등 미국의 주요 군사시설들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정찰위성을 통한 감시 역량과 타격 수단인 ICBM 기술이 고도화하면 목표물을 정확히 탐지하고 불시에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전날 오후 10시38분에도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해당 미사일은 570㎞가량 비행했다. 이를 두고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를 겨냥해 위협을 가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미사일 발사 지점부터 부산까지 약 550㎞ 거리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尹, 긴급 NSC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김명수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은 뒤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며 “국제사회와 적극 연대해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활동을 규탄하고 저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군사적 억제력을 통한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통하지 않으며 역효과를 낸다”며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고체연료 사용 땐 발사징후 포착 안돼… 美 전역이 사정권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인 ‘화성-18형’으로 추정된다. 화성-18형이 맞는다면 이번이 세 번째 발사로 전력화에 한층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 발표 등을 종합하면 고각으로 발사된 북한 ICBM은 약 73분간 1000㎞가량을 비행했다. 최고 고도는 6000㎞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지난 7월 화성-18형 2차 성능시험 발사 시 발표했던 제원과 유사하다. 당시 북한은 “(화성-18형은) 정점 고도는 6648.4㎞까지 상승해 1001.2㎞ 거리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EPA연합뉴스
화성-18형은 올해 2월 북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이다. 4월과 7월 두 차례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번 발사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내년 8월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 때 처음 핵 작전을 훈련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계획된 미사일 개발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선 두 번의 발사도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점검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지난 두 차례는 성능을 80% 정도로 조절해 발사했다면, 이번에는 추력 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시험해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이 상당히 빠르게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각으로 3차례 시험 발사했으니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는지 평가하기 위해 다음 발사 때에는 정상 각도로 발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추진 ICBM은 발사 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 ICBM과 달리 별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없다. 연료를 발사체에 상시 적재할 수 있어 기습 능력이 크다. 따라서 발사 명령이 내려지면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발사 징후가 쉽게 포착되지 않아 전략적 가치도 크다.

북한은 화성-18형을 전력화해 기존의 사거리 1만㎞급 액체연료 ICBM ‘화성-14형’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은 이번에 발사한 ICBM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이 전화로 회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통화하고 한·일 양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3국 안보협력 합의 실천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세계일보의 서면 질의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웃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지역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방위 공약은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공군은 북한의 핵실험 등을 감시할 수 있는 핵탐지정찰기를 추가로 실전 배치했다. 미 네브래스카주의 오펏 공군기지는 제55비행단 45정찰비행대대에 세 번째 핵탐지정찰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지난 4일 전달됐다고 밝혔다. WC-135R는 핵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다. 동체 옆에 달린 대기 표본 수집 장비로 핵 활동 징후가 있는 지역 상공에서 핵실험 및 핵폭발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WC-135 계열 정찰기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실험 동향이 포착되는 경우 동해 상공에 출동해 방사성물질 수집 등 활동을 해왔다. 미 공군은 2019년부터 핵탐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2대의 WC-135W 정찰기로 운영됐던 것을 업그레이드된 WC-135R 정찰기 3대로 전환하는 계획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中·러 묵인하에 北 무력도발 계속될 듯

북한이 내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 아래 핵실험 등 대담한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대선이 예고된 만큼 다가온 전통적인 대미 압박 전략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2024년 아산 국제정세 전망’ 언론 간담회에서 “북한이 북·중·러 연대에 ‘올인’하고 있지만 2024년에 이러한 전략이 유효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적극 활용해 핵보유국으로 등극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기존 전략에서 중·러와의 연대를 통해 우회 인정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은 중·러와의 연대가 부진할 경우 또 다른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가시화할수록 예전처럼 중대한 도발을 통해 향후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접근을 강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동시에 제기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고 선임연구위원은 미·중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대만을 둘러싼 군사채널 복원에 합의한 것을 지목해 “북·중·러 연대를 저하하는 것”이라며 “2024년 (북한이) 이 부분에서 상당한 딜레마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도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각종 도발에 좀 더 대담해지면서 전술핵 능력만큼은 대외적으로 확실히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고 봤다. 또 북한이 트럼프 복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이후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하려 한 ‘2017년의 데자뷔’ 같은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중·러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만큼 (내년엔) 북한의 ICBM이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올해보다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앞서 배포한 2024년 정세 전망 분석에서 내년 세계 정세의 핵심 단어를 ‘연대 결성(coalition building)’이라고 짚었다. 미·중·러 등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형성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가치 대립 구도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정하면서도 자신들 중심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 구도가 더 부각되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이른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을 연대에 편입시키려는 경쟁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현모·이현미·홍주형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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