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고정금리가 1%P 더 싼데… 금리 인하 기대에 복잡해진 셈법
변동금리는 3개월째 상승…격차 1.13%P
“짧은 주기의 변동금리로 신규대출 받아야”
“고정금리 보유자는 내년 하반기 대환 검토”
미국의 긴축 종료 시사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차주(돈 빌리는 사람)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연 3%대에 진입했지만, 내년부터 금리가 본격 인하될 경우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는 통상 5년 금리 고정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반면, 변동금리는 6개월, 1년마다 바뀐다. 전문가들은 고정금리 주담대를 보유 중인 차주는 금리인하가 가시화할 내년 하반기쯤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신규 대출자는 처음부터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변동금리 산정 주기를 가능한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날 기준 주담대 혼합형(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 고정금리는 연 3.39~5.52%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하단이 연 3%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으로, 연중 최저 수준이다. 반면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2~6.29%로, 같은 기간 금리 하단이 0.38%포인트 올랐다. 이로 인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는 최대 1.13%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 인상기에는 보통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금리 상승을 우려하는 대출 이용자들이 금리가 통상 5년은 유지되는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자 고정금리도 낮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준거가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발표 직후인 지난 14일 3.8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계 빚 안정화를 위해 은행에 고정금리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당국의 의지도 금리에 반영됐다.
반면 변동금리는 은행의 예금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영향에 높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00%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차주들이 더 느는 상황이다. 당장은 이자를 적게 낼 수 있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변동금리가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은행권 주담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4.8%에서 32.8%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담대를 보유 중인 차주의 경우 금리인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된 후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했다. 김대수 신한 PWM 여의도센터 PB팀장은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이미 받은 차주는 금리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며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할 때는 금리 산정 주기가 3개월, 6개월, 1년으로 가능한 짧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변동금리가 현시점에서 1년은 지나야 유리할 수 있는데, 내년 하반기쯤 금리인하가 가시화될 때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행이 올해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고 이런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갈아타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신규 대출자는 당장은 금리가 높아도 변동금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 주담대를 보유 중인 차주라면 이를 유지하고, 신규 대출을 계획 중이라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예상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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