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저축은행도 조이는 주식담보대출… 대기업 회장도 금리 5%대
상상인저축은행도 30% 줄여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나 주요주주를 대상으로 주식담보 대출 영업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와 저축은행이 최근 대출 문을 좁히고 있다. 증시 부진에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시세조종 논란으로 담보가치가 하루아침에 급감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으로 파악된다. 최대주주가 대출을 급히 상환하거나, 높은 금리로 만기 재연장하는 경우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소액주주들도 최대주주의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 이오플로우에 이어 신약 개발 업체 보로노이가 잇달아 주식담보 대출 만기 연장 불가능 통보를 받았다. 증권사가 최대주주의 주식담보 대출 연장을 거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만기 연장이 어려워도 대환 대출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 왔는데, 최근 이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보로노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인 김현태 대표에게 빌려준 주식담보 대출 250억원에 대해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지난 6월 보로노이가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유상신주 인수에 필요한 자금 215억원을 주식담보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보호예수가 걸려있어 반대매매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 보로노이 주가는 장중 12%대 급락했다.
마찬가지로 주식담보 대출 만기가 연장되지 않은 이오플로우는 최근 보유 주식이 강제로 대거 매각됐다. 이오플로우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재진 대표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주식 대출을 받았다. 김 대표는 만기가 다가온 지난달 주식 66만4000여주를 시장에 매도해 100억원을 상환했다. 이 여파로 이오플로우는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5.9% 하락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 의지를 밝혔던 미국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과 계약 해지를 공시한 8일 200만주가 추가로 처분됐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코스닥 상장사 자금줄 역할을 했던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등은 최근 포트폴리오에서 유가증권 담보대출 비중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지적하고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다. 대표적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유가증권 담보 대출금은 973억원으로, 전체 3.56% 차지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6월 1350억원(4.38%)에서 3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주식담보 대출이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자가 저축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주식가격의 하락에 대비해 담보유지비율을 설정하게 되는데 담보로 맡긴 주식의 평가액이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부족한 담보금액을 추가로 맡기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증권사·저축은행 등의 신용 리스크 관리 강화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5개 종목 하한가 사태·영풍제지 사태 등 연달아 터진 대형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인해 대출상품 리스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업계에서는 주식 담보인정비율이 너무 낮아졌다는 둥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주식담보 대출 만기는 연장했지만 금리가 더 오른 경우도 있다. 이희준 코아시아 대표는 10억원 규모의 주담대를 3개월 연장했으나 금리는 기존 연 5.95%에서 6.5%로 상승했다. 리메드의 이근용 이사회 의장 역시 담보대출은 연장하는 대신 금리는 기존 5.5%에서 5.9%로 올랐다. 지난해 초만 해도 주식담보 대출 금리는 연 2~3%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연 5~6% 수준으로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 오너도 마찬가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주식 320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167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대출 시점은 지난달 29일로 연 5.14% 금리가 적용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10월 24~25일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 각각 2000억원, 3170억원 규모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는 연 5.5%와 연 5.4%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에 취약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최대주주 물량의 출회만으로도 큰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는데, 올해 들어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회사는 1,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날의 경우 최대주주인 박성찬 회장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맡기기도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