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루이비통…급 나누는 K팝 아이돌 앰버서더, 이대로 좋은가?[SS초점]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K팝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세지면서, 아이돌스타를 앰버서더로 모시기 위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앰버서더는 컬렉션, 패션쇼, 화보 촬영 같은 활동과 SNS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이다. 일반적인 광고모델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높이기 위해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브랜드 중에서도 명품 앰버서더 발탁은 스타로서 인기의 척도이자, 아티스트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해 소속사들도 앞다퉈 앰버서더 발탁 소식을 전하는 분위기다.
2015년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아시아 남성 최초로 ‘2016 샤넬 하우스 앰버서더’로 선정된 게 아이돌 앰버서더 열풍의 시작이었다.당시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K팝 스타가 언급되지 않는 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이돌의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가 일상화됐다.
이어 같은 소속사 블랙핑크 제니가 샤넬의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인간 샤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블랙핑크는 이외에도 지수(디올), 로제(생로랑), 리사(셀린느) 등 멤버들 모두 각각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가수 입장에서는 명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고 브랜드는 K팝 스타 특유의 젊고 힙한 분위기를 차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으로 꼽힌다.
명품 앰버서더의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뉴진스가 데뷔 9개월 만에 멤버 전원이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됐고 올해에는 SM 신인 그룹 라이즈가 데뷔 98일만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하우스 앰버서더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아이브 장원영은 미우미우와 프레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를, 안유진은 펜디의 한국 앰버서더로 공식 발탁됐다. 에스파는 지방시, 쇼파드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방탄소년단 제이홉,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는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로, 방탄소년단 지민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디올 앰버서더로, 스트레이 키즈 현진은 베르사체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약 중이며 엑소 카이는 구찌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가 아이돌 영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러움에 아이돌의 힙하고 젊은 이미지를 더해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K팝 주요 팬층인 1020세대의 매출 상승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블랙핑크 지수가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디올은 ‘지수 효과’로 2020년 한국 매출에 비해 2021년 2배가량 뛰었고, 지난해에는 약 3배로 급등했다. 실제 피에트로 베카리 디올 회장은 “YG엔터테인먼트가 지수를 해고하면 내가 데려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지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까르띠에 앰버서더가 된 방탄소년단 뷔의 경우 팬들이 온라인 판매처를 방문해 그가 착용한 3440만원에 달하는 목걸이를 대거 사들여 화제를 모았고, NCT 재현이 입은 프라다 무스탕 자켓은 9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가격에도 국내에서 품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국이 활약하는 캘빈클라인은 그가 앰버서더로 발탁된 뒤 일본에서 품절 사태를 불러 막강한 파급력을 입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명품 소비액이 지난해 급증하면서 명품 브랜드 측도 더 어린 아이돌 멤버들을 앰버서더로 선호하는 분위기다. 젊은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SNS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에 홍보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앰버서더가 된 아이돌 역시 명품 브랜드 행사와 글로벌 패션쇼 등에 참석해 해외 유명 스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이 명품 브랜드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획사들 역시 아티스트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을 위해 명품 브랜드들과 미팅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앰버서더들의 연령이 10대까지 내려가면서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명품소비를 자극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이크업부터 의상, 말투와 행동까지 아이돌이 10대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실제로 10대들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앰버서더로 있는 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등의 경우도 다반사”라며 “또래에 비해 명품 소비를 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라고 우려했다.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발탁이 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돌 등급을 나누는 기준으로도 여겨지는 분위기다. 아이돌이 앰버서더가 되는 경우는 많아졌지만 대부분 대형 소속사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별 가격에 따라 아이돌의 급이 나뉘면서, 더 비싼 제품의 브랜드를 따오는 것이 소속사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서 전원 명품 브랜드를 입고 공연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명품 협찬에 대한 기획사들의 압박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앰버서더로 발탁되더라도 어떤 브랜드이고 얼마나 유지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왜 우리 멤버들은 명품 안 입혀주냐’는 팬들의 민원도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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