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음주 운전하고 숨겼는데…사회봉사활동 vs 추가 출장정지, 왜 가중 처벌 다를까

이후광 2023.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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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빈(좌)과 박유연 / OSEN DB
배영빈 / OSEN DB
박유연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똑같이 음주 운전을 하고 구단에 적발 사실을 숨겼는데 왜 KBO(한국야구위원회)은 각기 다른 가중 처벌을 내렸을까. 

KBO는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박유연(25)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9일 음주 운전이 적발됐고, 100일간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소속 구단 및 KBO에 이를 알리지 않은 박유연에 대해 심의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박유연이 음주 운전 발생 후 10일 이내에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가중해 제재한다는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 ‘기타 제재 규정’에 근거해 70경기 출장 정지에 추가로 10경기를 추가 제재, 총 80경기 출장정지를 결정했다. KBO는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음주운전에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7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일 본지 단독 보도에 따르면 박유연은 2023 KBO리그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9월 말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 음주 이튿날 오전 차를 몰다가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고, 숙취로 인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유연은 이 사실을 구단에 즉각 알리지 않고 은폐하며 스스로 일을 키웠다. 두산 구단은 박유연 본인이 아닌 한 익명 제보자의 연락을 통해 박유연의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사실 관계 파악 과정에서 2개월이 넘도록 해당 사실을 숨긴 박유연이 이를 실토했다. 두산은 즉각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뒤 13일 구단 징계위원회를 통해 박유연을 전격 방출했다. 

박유연 / OSEN DB

KBO리그는 한 달 전에도 박유연과 흡사한 사건이 발생하며 야구계와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롯데 내야수 배영빈(23)이 음주 운전으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뒤 이를 구단에 신고하지 않은 것. 롯데는 11월 중순이 돼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됐고, 두산과 마찬가지로 방출 철퇴를 내렸다.

KBO리그의 음주 운전 처벌 규정은 면허정지 최초 적발은 70경기 출장 정지, 면허취소 최초 적발은 1년 실격 처분이다. 이에 따라 KBO 상벌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배영빈이 음주운전이 적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며,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규약에 의거해 1년 실격 처분 징계를 정했다”라고 배영빈에 중징계를 내렸다.

박유연 / OSEN DB

그러나 가중 처벌은 박유연과 달랐다. 박유연에게 10경기를 추가로 제재한 KBO는 배영빈에게는 미신고 부분에 대한 가중으로 사회봉사활동 80시간 장계를 명령했다. 똑같은 음주 운전 미신고 사건인데 왜 가중 처벌이 다를까.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미신고 기간 및 면허 취소와 정지의 차이에서 가중에 대한 선택이 달랐다. KBO는 2개월이 넘도록 음주 적발 사실을 숨기고 구단에서 버젓이 선수 생활을 한 박유연을 더욱 엄중 처벌했다. 

박유연 / OSEN DB

박유연 상벌위원회에 배석한 KBO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면허 취소와 정지는 징계 수위가 매우 다르다. 배영빈은 1년 실격, 박유연은 70경기 출장 정지다. 여기서 가중의 정도를 논의했는데 박유연은 시기적으로 너무 오랫동안 신고를 안 했다. 물론 둘 다 신고하지 않았지만 배영빈과 달리 박유연은 사실상 사건이 종결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두산 구단의 방출 명분과 궤를 같이 한다. KBO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 선제적으로 방출 조처를 취한 두산은 “음주 운전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잘못인데 이를 구단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적발 이후 2개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숨겼다. 음주 운전이라는 큰 잘못에 미신고가 추가되면서 구단 내규에 의거, 방출 중징계를 내리게 됐다”라고 전했다. 

박유연의 경우 9월 초 좌측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재활 과정에서 음주 운전이라는 사회적 중범죄를 저질렀다. 빠른 재활을 위해 힘쓴 구단과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을 기만한 행위였다. 

박유연 / OSEN DB

KBO 관계자는 “박유연은 10경기 추가 제재를 통해 미신고에 대한 엄중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회봉사활동보다 출장정지가 더 큰 징계라고 보면 된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두산에서 방출된 박유연은 타 팀과 계약할 경우 KBO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모두 소화해야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원칙은 그렇지만 음주 운전을 신고하지 않은 선수가 현역을 연장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인다. 

/backlight@osen.co.kr

박유연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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