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차이던 돌들의 '덩어리진 시간'…남서울미술관, 정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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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색을 입고 전시장에 나오니 근사하게 변신했다.
3D 스캐닝 기술로 만져진 돌들은 인간의 초상처럼 탄생, '덩어리진 시간'의 존재감을 전한다.
오는 20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정현의 개인전 '덩어리'에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와 신작을 포함한 30여 점이 소개된다.
촉각 도구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정현 작가의 신작과, 돌 작업 표면의 여러 질감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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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스티로폼도 함부로 차지 마라'
흰 색을 입고 전시장에 나오니 근사하게 변신했다. 거대한 나무 기둥처럼 보인다.
쓸모를 다한 사물들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조각가 정현의 신작이다. 그동안 침목, 폐자재, 고철 등의 재료를 다루며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 정현은 올해 초 여수 장도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초청받아 약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앞둔 시점이었다. 손에 익은 조형 어법과 기존의 관습을 비워내고자 노력했다. 작업 구상보다는 걷는 행위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잡념을 비워내면서 몸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발에 차이는 돌을 하나씩 작업실로 수집해 왔다."
이번 신작의 출발점이다. 수집한 돌들은 섬에서 발견된 위치에 따라 파도에 심하게 마모된 돌과 거친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돌로 구분된다. 3D 스캐닝 기술로 만져진 돌들은 인간의 초상처럼 탄생, '덩어리진 시간'의 존재감을 전한다.
오는 20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정현의 개인전 '덩어리'에는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와 신작을 포함한 30여 점이 소개된다.
‘점유하는 돌’, ‘얼굴들’, ‘누워있는 사람’, ‘순간의 포착’, ‘더께: 일의 흔적’,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조형적 흐름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덩어리’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매체의 물성을 극대화하는 작가의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비조각적 재료를 조각화하는 정현 특유의 작업 세계를 함축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다. 작품의 재료가 고유 존재로서 살아내고 견뎌온 경험의 결을 응축했다.
이번 전시는 20일 개막 이후 202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드로잉 워크숍, 글쓰기 워크숍, 작가와의 대화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관람객층과 만나기 위한 시도로 브랜드 ‘오두제(ODUJEJ)’와 함께 이번 전시의 신작을 형상화한 머들 크레용을 제작한다. 전시와 동시에 출시하게 될 크레용은 드로잉 워크숍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작가의 역대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독립된 섹션으로 구성된 아카이브룸과 더불어 촉각 도구인 ‘만질 수 있는 조각’을 선보인다. 촉각 도구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정현 작가의 신작과, 돌 작업 표면의 여러 질감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학예연구사 설명하는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2024년 3월1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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