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명…'출산 기피 시대'가 찾아온 이유

전선정 인턴 2023. 12. 1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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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복지와 보편적 육아시스템의 부재
부정적인 기업문화와 미흡한 출산 장려 정책
출산·육아 당연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지구 수용 가능 인구 '25억 명'…진화론적 관점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이 저출산의 원인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은 이제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저출산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국가 소멸? 내가 힘든데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방송인 서경석,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개그우먼 임라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등이 출연해 저출산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출연자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미흡한 지원시스템을 꼽았다.

최 교수는 "아이를 낳았을 때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제도가 잘 돼있는 곳에서 출생률이 높다"며 "특히 여성에 대한 지원이 잘돼있는 곳일수록 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다양한 형태로 생긴 아이를 보편적으로 지원해 주는 육아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결혼해서 생긴 아이든 아니든 아이가 있으면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게 똑같다. 그런 시스템이 잘 돼있는 곳에서는 (부부들이) 출산을 덜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임라라는 기업 문화와 미흡한 출산 장려 정책의 문제를 짚었다.

임라라는 냉동 난자 시술 사실을 고백하며 "난임 부부들도 엄청 많은데 그들을 위한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난임 여성들은 시험관 시술 후에도 임신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으면서도 "배를 감싸 안고 직장에 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임신 중 유산 확률이 35%를 넘고, 서울은 40%가 넘는다. 유산을 하면 (산후조리를 하는 것처럼) 쉬어야 하는데 유산했다는 말도 못 하는 문화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직장에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걸 한 번 경험한 여성들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출산을 포기해 버린다"고 언급했다.

또 이런 과정들을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변에 딩크족 부부도 워낙 많다.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에서) 해주는 건 내가 알기론 출산하고 나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지원해 주는 것 정도다. 특별하게 피부에 와닿는 제도가 없다"고 했다.

출산·육아를 더 이상 당연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서경석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가치를 따지기 전에 (출산·육아를)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어떤 가치가 더 소중한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제도도 뒷받침 안 되고 있다만 제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출산을 우선으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라라는 "나는 결혼을 못할 거라는 굉장한 확신을 갖고 살았다. 대학교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졸업하는 순간까지 생활비 지원까지 대출받았다. 한 4000만 원 정도였다. 학자금 대출 4000만 원 갚고 결혼하려면 지금부터 얼마를 모아야 할지 생각해 보니 결혼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들은 더 심하다. 군대도 갔다 오지 않느냐. 27살에 졸업하면 10년 안에 1억을 어떻게 모으냐. 미래가 불투명하고 버거운데 아이 한 명당 양육비용은 '억대로 든다' 떠든다. 그래서 (결혼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자(라는 생각을 한다)"고 진단했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강형욱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25억 명이라고 들었다. 근데 지금 75억 명이니까 (저출산이) 자연발생적 현상 아닐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최재천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진화론적으로 '우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구나'(라고 생각한다.) 정말 동물스럽게 한번 표현해 보면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끼를 낳는 동물은 절대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럴 때는 오히려 내 몸을 키우고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영상은 19일 기준 조회수 33만 회를 기록하고 41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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