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줄여야 하는데" 신생아·청년대출에 속앓이 하는 한은·금융당국

박슬기 기자 2023. 12. 1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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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늘어난 가운데 가계빚 증가 억제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청년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이 상충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7524억원 늘어난 845조3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버팀목·디딤돌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7%(4조6000억원)에 이른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폭은 약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대출이다.

올 10월6일부터 소득 요건을 완화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몰리고 있다. 디딤돌대출(주택 구입)의 소득요건은부부 합산 연 7000만원에서 연 8500만원으로, 버팀목대출(전세) 소득요건은 부부 합산 연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상향됐다.

소득 제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올 1월 출시된 이후 지난 9월 자격요건이 강화됐으며 내년 1월 판매가 종료될 예정이다.

은행권 주담대는 올 3월부터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권의 월별 주담대 증가폭을 보면 ▲3월 2조2000억원 ▲4월 2조8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6조9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7조원 ▲9월 6조1000억원 ▲10월 5조7000억원 등이다.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부터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까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정부의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주택 시장의 상방 요인으로 꼽으며 새 정책을 추진할 때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금리의 수십조원의 정책자금대출이 풀리면 가계대출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한다.

신생아 출산가구에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융자가 지원되는데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자산 5억600만원 이하, 연소득 1억3000원 이하이면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주택가액 9억원 이하) 빌려준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자산 기준은 3억6100원 이하, 연소득 기준은 1억3000만원 이하이며 한도는 최대 3억원(보증금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 이하)이다. 금리는 연 1.1~3.0%가 적용된다. 대출을 받은 뒤 추가 출산 시 1명당 0.2%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내년 2월엔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출시된다. 청년주택드림 통장에 1년 이상 가입, 1000만원 이상 납입한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토록 한 '청년주택드림대출'에 약 20조~30조원을 투입한다.

국토부는 주거 안정 확대를 위한 정책이라는입장이지만 한은과 금융당국은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정부의 신생아 특례 대출 도입에 대해 "정부가 필요한 정책 추진은 해나가야겠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정책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중점적으로 금융 안정 측면을 살펴보는데 가계부채가 크게 누증된 상황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통화 정책의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로 가계부채를 꼽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보다 느슨한 부동산 규제, 상대적으로 낮은 주담대 금리, 주택가격 저점 인식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통한 디레버리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을 100% 선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4일 임기를 시작했던 박춘섭 신임 경제수석은 가계부채비율을 80%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봤다.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1.7%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잔액은 1087조원에 달한다.

박 수석은 "갑자기 부채를 줄이면 오히려 역작용도 있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80%까지 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고점(3.50%)에 도달한지 1년 가까이 흘렀지만 고금리가 디레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 평가가 나온다"며 "총선을 앞두고 청년 서민주거 안정을 지원하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지 않도록 관리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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