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덕 불감증 한국의 은행, 증권사들 이제 노골적 범죄까지
미래에셋·하나·NH투자 등 9개 대형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미리 약속한 수익률을 맞춰주려고 다른 고객들 돈으로 돌려막기를 해 오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증권사별로 돌려막기 한 금액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는 만기가 임박한 고객의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이 계좌에 든 CP(기업어음)를 B증권사에 비싸게 팔아 수익을 맞추고, 아직 만기가 남은 다른 고객의 계좌에서 B증권사의 CP를 비싸게 되사줬다. 이런 수법으로 다른 증권사와 6000번 넘게 거래하면서 고객 사이에서 5000억원 규모 손익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법인 등 큰손 고객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 위해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를 돌린 것이다.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들의 도덕 불감증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증권사가 만든 ELS 같은 고위험 파생 상품이나 자산운용사의 각종 펀드를 고객들에게 팔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큰 손실을 끼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ELS는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것으로, 주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파생 상품인데도 전체의 48%를 60대 이상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90대 이상에게도 91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ELS 상품은 홍콩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내년 상반기부터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이 반 토막 날 수 있다. 금융 상품을 사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은행에서 산 상품이니 안전할 것이란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령층에서 이런 인식이 크다. 그렇다면 은행은 고령층에게 이런 상품을 판매할 때 각별한 주의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은행은 없고 모두 판매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실적 경쟁을 부추기며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팔고 판매액의 1%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챙겨왔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젠투 등의 사모펀드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은행원들은 상품 구조가 어떤지도 모른 채 사기성 불량 상품을 별로 위험이 높지 않은 것처럼 선전해 고객에게 팔았다. 이렇게 고위험 상품을 마구 팔아 놓고는 문제가 생기고 손실이 나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 어느 선진국도 한국처럼 은행 창구에서 고위험 상품을 마음대로 팔도록 하는 곳은 없다. 은행 창구를 통한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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