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8형 성능 최종 검증… 이르면 내년 실전배치”
북한의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지난달 22일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과 국방부 건물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ICBM 발사는 자신들이 위성 확보와 함께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밤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1발 발사한 데 이어 약 10시간 만에 ICBM을 쏜 것도 자신들의 전방위적 미사일 운영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란 설명이다.
이날 발사된 ICBM은 미사일 크기가 세계 최대급인 화성-17형보다는 다소 작지만, 액체 연료 주입 절차가 없어 기습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 기반의 화성-18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가동하는 등 대북 확장 억제(핵우산) 체제를 강화하고 한·미·일 대북 미사일 정보 공유 시스템도 조만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방위 태세를 문제 삼아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고조된 한반도 긴장감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고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ICBM 1발은 80도 이상의 고각(高角)으로 치솟아 1000㎞가량 비행한 뒤 해상에 떨어졌다. 합참은 최고 고도는 밝히지 않았으나 일본 방위성은 6000㎞ 이상으로 추정했다. 정상 각도(30~45도)로 쐈으면 1만5000㎞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런던 등 유럽을 비롯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군 당국은 이번 ICBM이 화성-18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세부 사항을 분석 중이다. 이번 미사일이 지난 7월 12일 발사된 화성-18형과 비행 거리, 최고 고도, 시간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4월과 7월 2차례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으며, 이번을 포함하면 3차례가 된다. 올 2월(화성-15형), 3월(화성-17형)을 포함하면 올해 북한의 ICBM 발사는 역대 최다인 5차례다. 이는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전력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에도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런 조건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올 연말 개최할 당 중앙위원회 전원 회의를 앞두고 국방 분야 핵심 과업의 완수를 김정은의 ‘치적’으로 부각하며 체제 결속을 노리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 연료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 전략 무기 보유를 5대 과업으로 제시했다. 이에 북한은 올 3월 전술핵 탄두 ‘화산-31′을 공개하고,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 진수식도 열었다. 지난달엔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으며,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사용할 고체 연료 엔진 시험도 끝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정찰력을 복원하기 위해 9·19 군사 합의 일부 조항을 일시적으로 효력 정지하자 북한은 9·19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식량난, 국제적 고립으로 대외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군사 분야 ‘업적’을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 전원 회의에 내놓고 내년에도 강경 노선의 근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한미가 NCG 가동, 상시 배치 수준의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로 대북 확장 억제력을 높이자 이에 반발하고자 무력시위를 벌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당분간 도발을 계속하면서 미 항모·잠수함의 방한 등 한미 연합 방위 태세 조치가 한반도 긴장감의 원인인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난달 22일 실패했던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IRBM도 조만간 다시 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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