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외향형 유비와 내향형 제갈량
요즘 MZ세대가 자신과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MBTI다. 처음 만날 때 선뜻 상대방의 MBTI가 뭔지 물어볼 정도다. MBTI란 일종의 성격 유형 지표로, 인간 유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이웃 중국의 MZ세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에너지가 외부를 향하는 E(외향형)인지 내부를 향하는 I(내향형)인지부터 파악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현상인 것이다.
MBTI는 허구 속 인물을 파악하는 데도 적용이 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허구 속 인물은 오히려 실제 인물보다 더 자신에게 적용이 되고 집단에서도 쉽게 공유가 된다. 상당 부분 허구가 섞인 중국의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의 인물 가운데 촉한의 황제 유비는 아마도 외향적이고 감각적이며 사고와 판단이 빠른 엄격한 관리자 유형인 ESTJ(사업가형)인 듯하다. 명분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리더로서 대의를 위해 노력한다. 유비의 책사 제갈량은 민감한 예지력을 지녔고 동시에 판단과 행동이 빠른 INTJ(과학자형)가 아닐까 싶다. 난세의 간웅 조조는 어떨까? 의심이 많고 창의적이고 독단적인 그는 ENTJ(지도자형) 같다.
어디 ‘삼국지연의’뿐이겠는가.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하나에 몰입하면 앞뒤 안 가리고 결과를 내는 외향적이고 감각적이며 감정이 앞서는 ESFP(사교적인 유형)다. 그의 엄청난 몰입이 계획이 아니라 감정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삼국지연의’의 장비와도 닮았고 때로는 여포의 모습도 보인다. 이타적이고 책임감 강한 농구팀 주장 채치수는 유비의 닮은꼴 ESTJ다. 그래서 유비나 채치수의 통솔을 받는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MBTI의 세계에서는 같은 글자는 서로의 동질성이고 다른 글자는 보완을 의미한다. 그래서 유비와 조조는 본질은 유사하나 감각의 S, 직관의 N이라는 글자로 차별되고 서로를 인정한다. 채치수는 자신에게 없는 F(감정)와 P(인식)를 가진 강백호로 인해 팀을 활력 있게 완성해 낸다.
여러분의 MBTI가 유비이자 채치수라면 장비, 여포, 강백호로서 내게 없는 행동력과 감성을 보완하고 제갈량의 직관을 얻으며 융통성 있고 기발한 조조와 서로 인정하는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MBTI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유형에 따라 적용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보완하고 무엇을 인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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