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9] 우리 한 해 모두 열심히 뛰었습니다
‘우울증과 번아웃은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요’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보통 감별이 어렵다고 대답한다. 이유는 번아웃은 일종의 뇌 피로 상태이지 명확한 진단 기준을 가진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으니 감별에 의미가 없다. 스마트폰이 방전된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많이 사용해서 에너지가 떨어진 것뿐이다. 좀 옆으로 새는 이야기이지만 게으른 것 같은데 스스로를 번아웃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구별하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농담으로 게으름일 것이라 답했다.
모임에서 인생을 살면서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이가 있는지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들 웃는다. 한 해를 지내면 모두가 지친 상태라 번아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럴 때 번아웃은 병이나 나약함이 아닌 최선을 다해 산 증거라 이야기한다. 정말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냥 인생을 논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도 한다.
올 한 해 번아웃이 느껴질 때 주문처럼 ‘나는 손흥민이다’를 혼잣말로 외쳤다. 허락도 안 받고 훌륭한 선수 이름을 내 마음 관리에 사용하여 미안하지만 나름 효과가 좋았다. 이런 뻔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국가대항전 전·후반을 풀로 뛴 손흥민 선수가 느끼는 피로나 다리의 통증은 ‘손 선수의 피지컬이 약하기 때문일까요’라고 말이다. 누구보다 체력이 강할 것이다, 그런 손흥민 선수도 피로를 느낄 것이고 번아웃을 경험할 것이다. 허약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기 때문이다. 그럴 선수는 없겠지만 경기를 마치고 힘이 남아 돈다면 아마도 최선을 다해 뛰지 않은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최선을 다해 뛰어 피로를 느끼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의 피지컬이 약하다며 자신을 타박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히 심리적, 신체적 회복이 더뎌질 것이다. 이를 2차 스트레스라 한다. 더 열심히 경기를 뛰지 못한 아쉬움은 훌륭한 감정이지만 당연히 열심히 했기에 찾아온 피로감인 1차 스트레스를 한심하다고 심한 자책을 하면 2차 스트레스가 주는 피로감이 경기 자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심한 자책은 타인에 대한 비판도 보통 증가시킨다. 이러다 보면 팀워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 경기의 퍼포먼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가 손흥민 선수였다는 마음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다. 각자의 플레이 그라운드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손흥민 선수처럼 열심히 뛰었다. 연말에 느끼는 번아웃의 느낌과 피로는 결핍과 패배의 시그널이 아닌 최선을 다해 뛴 분명한 증거이다. 우리 한 해 모두 열심히 뛰었습니다. 독자님 모두를 추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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