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탄소제로와 3D프린팅
최근 우리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지구온난화와 그 주범인 탄소 배출 억제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제로다. 사실 이산화탄소는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이다. 식물 광합성에 필수 물질이고 무더운 여름날 청량감을 주는 사이다나 콜라 등 탄산음료의 원 소재이다. 이런 유용한 것이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과도하게 배출됨으로써 태양 빛을 가두어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재료공학 입장에서 탄소는 정말 유용하다. 대표적인 것이 강철이다. 철(Fe)은 100% 순수할 때는 강도가 높지 않아 기계적 부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 철에 탄소를 약 2.1%까지 넣으면 강한 철, 즉 강철(Steel)이 된다. 순한 철이 외부 힘을 받아 변형될 때 탄소 원소가 그 변형 움직임을 막아준다. 또한 철은 탄소를 4.3% 넣으면 철의 녹는 온도가 1543℃에서 1147℃로 낮아져 주조가 용이한 주철(Cast Iron)이 된다. 또한 탄소는 모든 유기물과 고분자 재료의 핵심 구성 물질이 된다.(참고 : 과학에세이, ‘탄소는 억울하다’, 2020년 12월 1일 자)
하지만 이러한 탄소는 재료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 때 안타깝게도 산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로 변화되면서 그 배출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철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순철을 만들 때는 산화물 형태의 철산화물(Fe₂O₃)에서 산소를 떼어내기 위한 환원을 위해 탄소(코우크스)를 사용한다. 코우크스는 산소와 반응하여 연소(C+O₂->CO₂) 되면서 고온을 만드는 동시에 산소를 떼어내어 순수 철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철광석의 변환과정은 CO₂+C->2CO, 3CO+Fe₂O₃->2Fe+ 3CO₂. 석탄(코우크스)을 사용하기에 당연히 가격이 싸고 경제성이 우수한 공정이어서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다. 세계 최고 철강회사인 포스코의 철도 바로 이 방법으로 제조한다.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수소를 쓴다면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와 반응하여 물(H₂O)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전 친환경 공법이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이 바로 수소(25%)와 일산화탄소(75%)가 혼합된 환원 가스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하지만 수소는 모든 원소 중에 가장 가벼워 취급이 용이하지 않으며, 산소와 반응 시 폭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수소를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이산화탄소 문제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실감 나는 탄소 문제는 바로 탄소세이다.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제로)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들과 탄소세를 부과하는 나라들이 부쩍 늘고 있다. 뉴스에서 유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전기차는 차량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유럽 이외 국가에서 만드는 차량은 수출, 수입 시 이동 거리가 생겨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탄소세는 무시 못 하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대 회사는 포스코이고 2위가 현대제철사다. 언론 조사를 살펴보면 포스코의 탄소 배출량은 8148만 t이며, 탄소세를 1t당 4만 원(2019년 기준)으로 할 때 포스코의 탄소세는 3조2592억 원으로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에너지를 덜 쓰고 친환경으로 원재료를 100% 활용하는 제조공정이 있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3D 프린팅 기술이 그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금속분말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면서 제품을 만든다. 당연히 재료 손실이 거의 없다. 금속분말을 사용하는 기술은 원재료 사용률이 95% 이상이고 제품 제조 시 사용 에너지는 ㎏당 약 29MJ이다. 정밀 가공 기술의 재료 사용률이 30~40%이고, 사용에너지는 약 66~82MJ인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분말협회(EPMA)는 2015년부터 분말 기술을 녹색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렇듯 넷제로 시대에서는 제조업에서도 3D 프린팅 기술과 같은 새로운 탄소제로 공정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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