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의 인권과 건강은 안녕한가요?

박선숙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청소년전공 교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헌법(제34조 1항)에 명시된 권리를 기억하십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인권이 있고 청소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청소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2023년 5월에 공개한 여성가족부의 ‘2022 청소년백서’에 의하면 청소년(중·고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38.8%에 이르며, 26.8%가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여학생의 경우 31.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3.8%가 가출을 경험했으며 5.83%가 학교 밖 청소년인 것을 감안하면, 우울감을 경험하는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10명 중 3명은 이런 슬픔과 절망감을 경험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2022년 한국인의 사회 동향(통계청)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6으로 나타나 최하위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삶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최하위권의 건강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3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교육부·질병관리청, 2023)에 의하면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운동하는 초·중·고등학생은 남학생 23.4%, 여학생 8.8%로 나타나 운동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 국제 신체활동과 건강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94.2%가 하루에 1시간 미만의 신체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교육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최근 교권 침해사례 발생으로 인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출발해 전국 7개 시·도(경기·서울·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에서 공포 시행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에서 정의하는 학생 인권이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같은 국제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권리 중 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의미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 교권이 보장되는 것일까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기본법(제12조 3항)의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에 반하는 내용인가요? 어느 한쪽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른 쪽의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러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교권이 중요한 만큼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기에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양측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교육과정에서 체육 수업을 강화하고 청소년수련시설을 활용해 청소년의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소년수련시설에는 청소년의 스포츠활동과 체험활동을 주로 하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수련시설의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교육부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청소년의 인간다운 생활을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