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아랫배 통증, 걷기 힘들 정도면 ‘게실염’ 확률 높아
- 위·대장 등 비정상 돌출 부위에
- 대변이나 음식 찌꺼기 끼어 염증
- 오한·구토·미열에 혈변까지 유발
- 치료 미루면 복막염 번질 수도
- 육류 잦은 서구형 식단으로 급증
- 지나친 다이어트해도 질환 생겨
- 규칙적 배변·수분 섭취 등 중요
게실(憩室)은 내부에 공간이 있는 장기(위 소장 대장 또는 담낭 방광 등)의 바깥쪽으로 돌출된 비정상적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위·장관 중에서도 대장에 게실이 많이 나타난다. 대장 게실은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게실이 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게실증이고,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이 끼어 염증을 일으키면 게실염이라고 부른다. 이는 맹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대동병원 김주훈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이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종류와 발생 원인
게실은 진성과 가성으로 나뉜다. 진성 게실은 선천적으로 약한 부위가 ‘장 내 압력’ 증가로 장벽이 밖으로 밀려나온 것이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층이 돌출되며 흔히 우측 대장에 1개가 생기고 동양인에게 흔하다. 가성 게실은 식생활 변비 장 운동 이상 등 여러 복합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좌측 대장에서 점막층과 점막하층만 돌출되며 여러 개가 발생한다. 이는 과거 서양인에게 흔했으나 서구적 식생활로 인해 동양인에게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 게실염 진료 환자는 40~50대 연령이 전체 40% 정도 차지하며 대부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한다.
▮환자 사례
회사원 김모(여·40대) 씨는 갑작스러운 복통이 이틀째 계속되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부위를 특정할 수 없는 복통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쏠렸다. 마구 쑤시는 듯한 통증은 점점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없을 만큼 아팠으며 미열도 있었다. 이런 증상을 볼 때 맹장염(충수염)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는 생소한 이름의 ‘게실염’으로 진단됐다.
▮증상과 진단
대장 게실이 있더라도 모두가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고 일부만 증상을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소수만 합병증을 동반한다. 보통 대장 게실이 있는 사람 중 약 85%는 무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게실염이 발생하면 급성 복통, 복부 압통, 오심 발열 오한 구토 혈변 등이 나타난다. 이런 때는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존 검진 등으로 게실증이 있음을 안다면 증상을 통해 진단 가능하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가진 질환이 많기 때문에 염증반응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 염증 부위 확인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대변 잠혈검사, 대장내시경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게실염은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과 비슷하다. 충수염은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거북한 느낌이 먼저 찾아오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이 지속되다가 오른쪽 하복부 통증으로 이어진다.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통증이 일어난다.
▮치료와 주의 사항
게실염은 경증인 경우 휴식이나 구강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항생제 치료만으로 대부분 호전된다. 중증이라면 입원한 후 금식과 항생제 등을 정맥에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심해져 구멍이 발생하면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전이 없거나 재발이 잦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신속하게 치료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 과장은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발생하고, 딱딱한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면 게실증이 유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게실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아울러 하루 15∼20g 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