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친척 가세…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점입가경

김재형 기자 2023. 12.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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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경영권 다툼, 집안 전면전 비화
조양래 명예회장, 추가 지분 인수… 효성家도 조현범 회장 백기사로 등장
조회장 측, 우호지분까지 총 45.22%
조현식측 사모펀드, 공개 매수가 상향… 장녀도 “조현범, 아픈 父 이용” 합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이 아버지는 물론이고 누나들과 친척까지 참전하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측이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조현식 고문 측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련 주가가 한동안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형제 다툼이 친족으로까지 확전

한국앤컴퍼니는 차남인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조양래 명예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사실을 18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15일 장내 주식 30만 주(0.32%)를 주당 1만7398원에 취득했다. 앞서 7∼14일 여섯 차례에 걸쳐 지분 258만3718주(2.72%)를 취득한 것까지 포함하면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3.04%까지 높아졌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첨단소재도 이날 조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지분 14만6460주(0.15%) 보유 사실이 공시됐다. 조 회장의 ‘큰아버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가가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판한 것이다. 효성첨단소재의 정확한 취득일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매입 단가(주당 약 1만7760원)를 고려하면 15일 전후로 추정된다.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까지 총 45.22%가 된다.

이에 맞서 조 고문과 행보를 같이하는 MBK파트너스는 15일 장 마감 후 공개매수가를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8일 장 초반 상한가인 2만600원까지 올랐다가 전일 대비 11.67% 오른 1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현재 조 고문은 자신(18.93%)과 두 누나의 지분(11.42%)을 합쳐 30.35%를 확보하고 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17일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조 회장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조 고문 측에 합류했다. 이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목표(20.35∼27.32%)를 달성하면 과반을 넘기게 된다. 그 때문에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조 회장 측은 추가적인 지분 확대에 나설 수도 있다.

● 3년 만의 ‘2라운드’ 향방에 주목

조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이에 맏이인 조 이사장은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재판부가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1차 법정 대결은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3년 후인 지난달 말 조 고문과 둘째 누나인 조희원 씨가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와 공개매수를 위한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다시 휩싸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몇 년 전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비롯해 이번 한국앤컴퍼니 또한 한국 재벌가에서 나타나는 승계 문제의 전형”라며 “승계 구도의 안정화는 한국 기업 경영의 선진화에 제일 시급한 과제다”라고 했다.

11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앤컴퍼니를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5일 전후로 주가가 1만6420원(5일 종가)에서 거래제한폭(29.90%)인 2만1850원까지 치솟는 등 투기성 자본 유입이 의심된다는 판단에서다. 18일에도 하루 변동폭이 20% 안팎에 달했다. 주가 변동은 다음 주초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주명부 폐쇄 하루 전인 27일까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영권 다툼은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여겨지지만 언제 또 급락할지 모른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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