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친절한 의료서비스 접근 시스템

경기일보 2023. 12.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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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시니어연구팀 부연구위원

최근 병원 예약 앱의 유료화와 관련한 논란이 한창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긴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예약 앱을 이용하면 환자가 병원을 찾거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유용하다.

문제는 누구나 병원 예약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이주민은 동네 병원을 찾아도 진료를 받을 수 없거나 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앱을 이용한 예약만 받고 전화로는 예약이 불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의료서비스 접근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예약 앱을 사용하지 않는 2차, 3차 병원을 이용하는데도 어려움은 산재해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대형 병원에서 해당 진료과를 찾아가는 일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젊은이에게도 쉽지 않다. 환자는 키오스크를 사용해 도착을 등록하고 전광판을 통해 진료 차례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름의 일부분은 가려져 있고 환자 번호만 게시되는 경우도 많다. 진료 전, 검사라도 받아야 한다면 병원 곳곳을 누비며 진땀을 빼고 여러 대의 키오스크와 씨름을 해야 한다. 3분쯤 되는 진료 시간 안에 빠른 속도로 증상을 확인하는 의사에게 적절한 답변을 하는 것은 대단한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수납과 처방전 발급에도 번호표와 키오스크 수납 등 온통 기계가 사람을 대신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를 위한 도우미가 있지만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모니터를 꾹꾹 대신 눌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에 가면 수십 명이 앉아 있는 대기실에서 약사가 부르는 내 이름을 알아듣기도 어렵다. 함께 가 줄 자식이라도 있으면 일이 조금은 수월할지 모르지만 여기저기 쑤시는 노구를 움직여 혼자서 큰 병원에 가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이렇게 동네 병원도, 대형 병원도 의료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인이나 한국어에 서툰 이주민에게는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접근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우수한 접근 시스템도 함께 발전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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