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총선차출 국정차질… ‘선거 90일前’ 사퇴시한 당겨야”
지역구 출마로 1년미만 장관 속출
현안 해결 못하고 선거스펙 쌓기
“6개월이하 경력 활용 금지해야”
정권을 막론하고 매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주요 공직자들의 ‘출마용 사퇴 러시’로 국정 공백과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총선 스케줄 따라 ‘1년짜리 장관’ 속출
현행 공직선거법상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공직자들은 선거일로부터 90일 전, 비례대표는 선거 3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지역구 후보로 나서는 경우 당내 경선부터 통과하려면 지역 표밭을 다져야 하기 때문에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시점에 직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국정보다는 총선 스케줄을 우선시하다 보니 임기 ‘1년짜리 장관’들이 속출하는 것. 현 정부에서는 9월 임명 후 3개월 만에 교체되는 방 장관과 6월 국가보훈처에서 국가보훈부로 승격돼 장관으로 임명된 뒤 6개월 만에 나가는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장관뿐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도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이달 초 대통령실을 떠난 강승규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고, 김은혜 전 홍보수석도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8일 “내각의 마음이 이렇게 콩밭에 가 있으니 물가가 잡히고 가계부채가 해결될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내년도 예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교체하는 것도 모자라 (방문규) 산업부 장관까지 급하게 차출하는 바람에 산적한 현안들이 ‘올 스톱’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 文 정부 청와대 47명 줄줄이 ‘총선용’ 사퇴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발 출마 러시가 줄을 이었다. 총선 1년 전인 2019년 4월부터 문재인 정부의 장관과 참모진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장관 임명 전부터 총선 출마를 시사했던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총선에 임박해 총리직을 사퇴하는 등 18개 부처 가운데 7명이 총선에 출마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총선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정무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을 비롯해 47명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고 선거판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조차 “청와대는 누가 지키나”라는 반발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도 “청와대가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 관리용으로, 국회 보충대가 됐다”(주호영 의원) “참모들 머릿속에 총선만 가득했으니 설익은 정책들만 남발됐던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전희경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관계없이 선거철마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직업 선택의 자유나 피선거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공직자 출신들의 출마 자체를 저지할 순 없다”며 “현행법상 선거에 임박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앞당기면 후보자들도 더 신중하게 출마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6개월 이하 경력은 선거 때 이력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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