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험 '無'…한동훈 '비대위' 향한 불안함

조성은 2023. 12.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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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일각 "내리꽂는 모양새" 불만도
친윤계 '여론몰이'에 불만도 표출 "그렇게 했다가 망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앞두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거부권 정국 등 난관이 예고된 상황에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 장관이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데다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위원으로서 국정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한동훈 추대론'을 흔드는 요인이다.

국민의힘은 18일 오후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논의했다. 전국 당협위원장 20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한동훈 추대론'이 대세를 형성한 듯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난색을 보였다. 그는 "한 장관이 어려운 당을 위해 당연히 나서야 하지만 비대위원장은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심판'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데 그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 추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 등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지혜롭게 잘 대응하느냐가 큰 과제"라고 짚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 말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철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 의원들이 '한동훈 추대론'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연석회의에 앞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장관 추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된 지난 전당대회를 언급하며 "여론 몰아가기식, 내리꽂기식으로 당권을 세웠다가 실패하지 않았냐"며 "또 그 방법 그대로 비대위원장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수도권 위기론'을 거론하며 "비대위원장으로는 전략과 전술을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 거기에 대해선 철저히 검증해야 하지 않나"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몰아붙일 때 비대위원장이 대답을 강요받게 된다"면서 "한 장관이 특검을 찬성해도 이상하고 반대해도 이상하다. 당정 충돌처럼 보일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가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누가 봐도 위에서 내리꽂는 모양새 아니냐"고 지적했다.

애매한 지지율도 고민거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 꽃' 12월 2주 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적합한 인물이 없다'가 44.7%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인물 한정으론 한 장관이 가장 높은 지지율인 14.9%로 나타났다.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1%, 나경원 전 의원이 6.6%로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한정으로 조사했을 땐 한 장관은 3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원 장관이 21%, 나 전 의원이 11.9%로 뒤를 이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여론은 압도적이다. 오는 28일 처리가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찬반으로는 찬성 25.6%, 반대 63%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지역별로는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거부권 행사 반대가 54.6%를 기록해 모든 지역에서 반대가 과반을 기록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 장관의 한계점이 명확하게 지적되면서 향후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장관은 능력 있는 분이고 저도 기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의문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미 윤석열정부가 시작된 지 1년 반이 넘었고, 집권 1년차에 있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가장 강하다"며 "가장 책임이 큰 분은 윤 대통령이지만 한 장관도 핵심적인 분인데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좀 들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 공동대표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30대 젊은 인재를 쓰겠다', '아주 폭넓게 인재를 쓰겠다'(고 했는데), 인사검증을 한 게 한 장관인데 그동안 어떻게 된 건가"라며 "윤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아는데 지난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해서 후보로 내려고 할 때 국무위원으로서 뭐라고 말씀드렸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문제도 지금 물의가 일어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고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뭐라고 하셨느냐"라고도 꼬집었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금 대표는 "(여당 입장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을 받아들이고,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고 이 이슈를 빨리 보내는 게 제일 나을 것"이라며 "이게 거부권을 행사하든 혹은 뭐가 되더라도 시간을 끌수록 안 좋은 거고 진짜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받아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검찰에 계실 때부터 친했던 검사들 중에서도, 또 정치인 중에서도 이 문제를 선거 과정에서 얘기하신 분들이 계신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동안은 효과가 없었는데 한 장관은 그동안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저는 그게 참 궁금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아바타 위원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윤석열 아바타'에게 당을 넘기겠다니, 국민의힘을 대통령실에 흡수합병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 장관은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최측근 인사로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 불리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에게 당을 넘기겠다니 여당의 자율성을 아예 내다 버리겠다는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아바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은 국민의 고통은 외면하고 대통령만 바라보겠다는 국민 무시 선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에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이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아바타 비대위"라며 "(최고위 회의에서)'윤석열 아바타 위원장', '검찰 공천용 비대위원장', '김건희 특검 거부를 위한 비대위'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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