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나란히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 오른 바이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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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틀렸거나 진실을 오도하는 발언 횟수 3만573건. 평균으로 따지면 매일 21건.'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발언을 분석한 결과다.
WP가 주요 인사들의 거짓말을 분석해 선정하는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에 트럼프는 올해까지 9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달 초 아이오와주 유세에서만 12초마다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확한 주장들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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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가 소방관들과의 간담회에서 꺼낸 자택 화재의 경험, 젠더 평등을 거론하다가 1960년대 남성들끼리 키스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의 스토리 등은 세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후보 시절 “아들(헌터 바이든)이 중국과 관련해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했는데 이후 헌터 본인이 시인하면서 거짓말이 됐다. 가족의 비리 혐의를 부인한 바이든 또한 ‘올해의 피노키오’ 명단에 포함되면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발언의 신뢰가 흔들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치인들이 청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극적으로 스토리를 포장하는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부풀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80대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실수 제조기”라고 부른 적도 있다. 기억이 흐려진 상태에서 말실수를 했다는 식이다. 반복된다면 거짓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내놨다고 보는 게 맞다.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과 관련해 잘못된 주장을 한 횟수가 최소 30차례에 이른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미국 언론들이 문제 삼는 내용은 명백한 거짓말뿐 아니라 잘못된 수치부터 과장된 표현과 아전인수식 평가,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주장까지 포함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의 발언을 평가하는 잣대는 그만큼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백신 관련 청문회에서 코로나로 입원한 어린이 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말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피노키오 리스트에 올랐다. WP 팩트체커 팀은 잘못된 주장을 최소 20회 이상 반복한 ‘(추락의) 바닥 없는 피노키오’ 리스트도 따로 관리한다.
▷정치인의 반복된 거짓말은 어느 순간 습관이 되고, 이는 국민들을 호도해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이 아니지만 특정 우호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이른바 ‘푸른 거짓말(blue lie)’이 늘어나고 있다고 학자들은 우려한다. 가뜩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허위 정보의 위협이 커지는 시대에 정치인들이 이를 만들어 퍼뜨리는 데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과거 발언이나 공약의 번복, 거짓 논평, 허위 선동 논란 등으로 늘 시끄러운 우리 정치권에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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