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원재료 주권 확보가 필요하다[동아시론/김상봉]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2023. 12. 18. 23: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력산업 원재료, 식량 못지않게 중요한데
요소수 등 불안 커지자 대책 내놓은 정부
공급망 다변화, 자립화 꾸준한 노력 절실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에 요소수와 비료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가 시끄러웠다. 요소수와 비료 문제는 단지 어제와 오늘의 일도 아니고 몇 년 전에도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당시에도 중국이 수출 제한을 걸면서 문제가 됐고, 중국은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이제야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을 중심으로 농업 주권을 외쳤다가 제조업 중심으로 바뀐 뒤 수출과 수입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다. 농업을 중심으로 했다가 제조업으로 바뀌면서도 농업 주권은 계속 외쳤다. 그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농업을 싸다고 다른 나라의 수입에 의존하다 나중에 농업을 상대국이 무기로 들고나오면 당장 새롭게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은 의식주에 해당하며, 우리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도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원재료에 높게 의존하는 주력 산업이나 첨단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제학적인 탄력성 이야기를 차치하고라도,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의 경우에는 원재료를 팔지 않거나 가격을 비싸게 올려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 중국 일본의 글로벌 공급망은 1960∼1990년대 아시아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인 태동기에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설립으로 전환기를 맞았으며, 2002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며 절정기를 맞았다.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반도체 부품 등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위협 시기가 있었다. 최근인 2017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가 생겼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에 상당히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과의 희토류 등 광물 문제, 우리나라의 요소수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격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우리나라는 원재료에 대해 값이 싸기만 하면 질에 상관없이 수입해서 중간재나 최종재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여전히 우리나라는 중국에 의존하는 원재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계속 한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제 중국의 값싸고 질 낮은 원재료를 수입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 중간재나 최종재를 만드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핵심 광물에 의존하는 부분은 상당히 많다. 거의 100%를 수입하는 광물도 있고,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광물도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전가의 보도는 공급망의 다변화이다. 가격이 약간 높더라도 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국가와도 해당 원재료에 대한 교역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스스로 공급자를 찾아서 교역할 수 있으나, 스스로 공급망을 찾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정부가 대신 찾아주는 것이 정부의 경제적인 역할이다.

공급망의 다변화에 이어서 둘째는 시장 실패가 일어난 곳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바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할 때 가격이 높아서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에서의 생산을 포기한다. 이러한 시장 실패에 대응하여 정부는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주고 생산 기업을 찾을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재고 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원자재를 보유한 국가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비용이 들더라도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자국에서 원재료가 나지 않아서 비용을 들여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비용이 들더라도 나중에 언제든지 공급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공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재고를 충분히 들고 있어야 한다. 또한 원자재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협력하여 우리나라가 그 나라에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이러한 공급망 이행과제를 발표하였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과 함께 꾸준히 다변화, 자립화, 재고 확보 등을 통해 우리의 산업이 자연스럽게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새로운 첨단 산업을 기존의 산업과 융합하며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공급망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관계 부처와 민간이 협력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