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만든 열린 광장, 미디어 파사드[미술을 읽다]
미디어 파사드란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어(Media)’, 그리고 건물 정면 혹은 거리와 접하는 입면을 말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로 건물 구조물에 유기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부착하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해 다양한 영상을 투사하는 콘텐츠 재현 방식을 말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동적 움직임과 가변성을 첫 번째 특성으로 한다. 중세 유럽 교회를 장식했던 스테인드글라스를 미디어 파사드의 시초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고 건물 정면 혹은 입면에 접하지만 동적이지 않기에 미디어 파사드라 볼 수는 없다.
미디어 파사드는 비교적 최근 형성된 개념으로 아직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사전적 정의가 없는 상태다. 건축물 장식 조명(Light Architecture), 도시 공간 내의 디스플레이와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의미하는 어번 스크린(Urban Screen), 전광판, 디지털 사이니지 등 관련 용어와 범위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 장식 조명과는 콘텐츠의 역동성에서, 어번 스크린, 전광판, 일반적인 디지털 사이니지와는 건물과의 일체성에서 차이를 가진다.
미디어 파사드는 1982년 개봉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 나온 것을 실재(Existence)로 나타내려는 노력이 1998년 일본 도쿄의 큐프런트(QFRONT) 빌딩을 시작으로 1999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NASDAQ) 빌딩을 비롯해 세계 각지로 확대되어 미디어 파사드라는 새로운 기법이 탄생했다.
국내의 경우 최초의 미디어 파사드는 200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이며 그 뒤를 이어 시청역, 삼성화재 빌딩,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서울스퀘어 등에 설치되기 시작했고 광화문 등의 문화재와 지역 명소에도 활용되어 재미있는 상상을 전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양식으로 건물과 콘텐츠가 융합된 경계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선보이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가진다. 2019년 미세먼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을 당시 갤러리아 백화점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건물 전체를 덮는 외관 조명을 붉은색으로, 농도가 낮으면 초록색으로 점등하였다. 백화점이 공익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로 탄생한 이 ‘중대한 위반’은 공간을 의미화하며 장소를 주목하고 기억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특성은 재현성(再現性)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공간을 문화 예술이란 번역을 거쳐 재현, 즉 재탄생하게 만든다. 디지털 기기가 발전할수록 이런 공간의 재탄생은 더욱 활발해진다. 예를 들어 하이네켄 코리아는 서울스퀘어에서 그들의 새로운 캔 디자인을 해석한 비주얼 아트를 선보였는데, 특히 모바일과 연동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기술을 이용해 QR코드를 찍으면 커다란 화면 위로 떠오른 캔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보고 공유할 수 있는 상호작용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특정 장소가 예술화하여 모바일 속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제 첫 번째 상상력을 넘어 무채색의 공간을 창의적 경험의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두 번째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는 디지털로 구현된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공간을 통합해 관심을 유발하고 참여를 확대하며 광장을 연 이의 세계관과 통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에 기반한 물리적 실재, 미디어 파사드는 열린 광장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김신엽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DS LAB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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