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철강동맹 구축…일본제철, 세계3위로
창사이래 최대 규모 M&A
美전기차·건설수요 노린 포석
정식합병까지 절차 많이 남아
中당국 반대·강성노조 넘어야
한국 포스코는 세계 7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혼이 실린 US스틸이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일본제철(닛테쓰)에 인수된다.
US스틸은 1901년 창업해 미국의 근대화를 함께 한 기업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모두 US스틸의 철강을 받아 자동차를 만들었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포함한 미국 마천루 대부분의 속살은 US스틸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US스틸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철강 회사였지만, 그후에는 일본이나 유럽, 한국 등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이 쏟아지면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미국 내에서도 뉴코아와 클리블랜드 클리퍼스에 이어 조강능력에서 3위에 그친다. 세계 순위도 27위에 불과하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전통의 철강 강자 간의 합병이자, 과거 글로벌 철강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두 주역의 만남으로 주목받는다. 철강의 큰 패러다임이 친환경 고품질 제품으로 바뀌고 있는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에 다소 늦은 두 업체가 합병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전략으로 보인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제철의 조강 생산량은 4437만t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세계 27위인 US스틸을 인수하면 일본제철의 생산량은 약 5886만t을 기록해 세계 3위로 오를 전망이다.
일본제철은 이번 합병을 통해 해외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철강 수요의 절반가량이 건축용 수요인데, 미국은 이러한 수요가 견조한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 전기자동차용 철강재 생산도 확대해 연간 조강생산능력 1억t의 회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만 세계 1위인 바오스틸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아직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 조강 생산량 1위는 1억3184만t을 기록한 중국의 바오스틸이 차지했다. 2위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유럽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로, 지난해 6889만t의 조강 생산량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 그룹은 3214만t을 기록해 7위에 그쳤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고기능 철강재 제품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분야의 연구개발 비용이 막대한 가운데 양사 합병은 비용 부문에서 크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경제 안보 분야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이라 미·일 중요 물자 공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제철과 US스틸의 합병은 미국 정부가 해외 철강업체에 정기적으로 제기하는 '덤핑' 문제에서도 한발 비켜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한 난관은 규제당국 심사와 노조다. 특히 세계 1위 철강업체인 바오스틸을 보유한 중국 규제당국 심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다툼이 한창인 상황이라 일본과 미국의 정치적 협상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US스틸의 강성 노조도 합병에 걸림돌이다. 합병 조건에 US스틸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노조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철강 산업의 환경규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예산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고로 대신 전기로를 가동시킬 계획을 밝혔다. 고로의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문제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의 이슈를 낳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 업계는 고로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의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공법과 미세먼지 감축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관련 기술에 앞서 있는 업체로 꼽힌다. 이와 함께 첨단 철강 제품에 대한 공동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US 스틸은 지난 8월 경영악화가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감축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의 지지를 받은 클리프스와 캐나다 철강 대기업 스텔코 등 여러 철강회사가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클리프스의 경우 총액 약 72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제안했지만 US스틸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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