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아직은 ‘언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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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애들은 MBC가 몇번인지도 몰라."
늘 그렇듯이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다가 집에서 공중파 TV를 보지 않는다고 했고, 친구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에서 말한 언론진흥재단 조사의 정보 전달 매체 신뢰도에서 TV는 3.67, 종이신문은 3.36으로 메신저 서비스(2.83)나 온라인동영상플랫폼(2.81)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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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애들은 MBC가 몇번인지도 몰라.”
유튜브를 비롯한 디지털 기반 정보 습득은 필연적으로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다.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위주로 정보를 습득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공통보다 개인이, 단체보다는 나에 몰두하는 심리가 생성된다. 결국 ‘파편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파편화’를 더 강화했다.
‘파편화’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 콘텐츠가 다양해진다. 다양한 뉴스와 정보가 유통된다. 문제는 파편화만 강해질 경우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 없이, ‘나’만을 위주로 하는 형태가 커질 경우다. 2023년의 한국 사회가 그렇다. ‘0.7’마저 무너지려 하는 낮은 출산율은 우리 사회가 정말로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말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 ‘보편타당한 가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17개 선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을 때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순이었던 반면,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이 1위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삶의 동력이 ‘돈’이다. 보편타당한 가치를 ‘정신’이 아닌, ‘물질’에서 찾다 보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부족은 결핍을 낳고, 결핍은 분노와 질투, 시기와 음모를 낳는다. 현재 몰락해 가는 한국 사회의 원인을 폭발하고 있는 모든 층위에서의 갈등만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걸까. 한국 사회가 지닌 보편타당한 가치의 결핍이 파편화의 부정적 요소를 강화한 건 아닐까.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한국인이라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무형의 공동체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에 ‘같음’을 강요하자는 것이 아니다. 합의된 공통적 가치와 상호 존중의 정신적 수준을 마련한 뒤, 그 안에서 개별과 파편화를 추구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앞에서 말한 언론진흥재단 조사의 정보 전달 매체 신뢰도에서 TV는 3.67, 종이신문은 3.36으로 메신저 서비스(2.83)나 온라인동영상플랫폼(2.81)보다 높았다. 전통적 정보 전달 매체의 신뢰도는 아직 살아 있는 셈이다. 한국인에게 무형적 공동체의 가치를 전파할 매체로 이보다 적절한 것이 있을까. 아직 전통적 언론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믿는 이유다.
이도형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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