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고여서 썩어 가는 직장 ‘또라이’

2023. 12. 1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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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웹소설에서는 '고인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적당히 능력을 발휘해 일을 처리하는 한편, 부하들에게 온갖 갑질을 해서 직장을 지옥의 전쟁터로 만드는 것이다.

직장 '또라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깝고 친한 소수와 불평을 주고받으면서 무작정 갑질을 견디거나 참다 못해 사표를 던지면 안 된다.

직장 '또라이'가 고여 썩어 가면서 조직 전체를 좀먹지 않도록 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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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유발에 갑질로 직장을 지옥으로 만들어
무작정 참기보다 동료들과 연대해 해결해야
몇 해 전부터 웹소설에서는 ‘고인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본래 이 말은 웅덩이에 오랫동안 고여 거의 썩어 가는 물을 뜻한다. 주변에 고인물이 있으면, 모기나 파리가 날뛰고 악취가 들끓을 수 있다. 네티즌들은 이 말로 어떤 게임을 오래 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게임의 모든 요소를 파악하고 있으므로, 아이템 독식, 하수에 대한 갑질 등으로 게임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어느 조직에나 고인물은 존재한다. 한 조직에 아주 오래 머물면서 그 조직의 모든 업무를 귀신처럼 꿰뚫는 이들이다. 흔히 ‘만년’의 칭호를 단 이들은 직장에 완벽히 안주해 모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베테랑인 동시에 어떤 일도 창의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려는 꽉 막힌 존재이다.

소설에서 이들은 아무리 애써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상징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회사를 점령한 만년들은 자주 ‘또라이’로 변한다. 적당히 능력을 발휘해 일을 처리하는 한편, 부하들에게 온갖 갑질을 해서 직장을 지옥의 전쟁터로 만드는 것이다.

‘사무실의 도른자들’(문학동네 펴냄)에서 테사 웨스트 뉴욕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고여 썩어 가는 직장 내 ‘또라이’ 상사들을 다루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이들은 일터에 갈등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강화하며, 불안을 퍼뜨린다. 직장 내 ‘또라이’엔 일곱 가지 유형이 있다.

강약약강형은 출세를 위해 동료나 후배를 경쟁자로 취급해서 괴롭히고, 성과 도둑은 좋은 아이디어에 끼어든 후 성과를 저 홀로 가로채곤 한다. 불도저형은 원하는 걸 얻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뜻을 밀어붙이고, 무임승차자는 노력은 남에게 미루고 성과는 같이 나누자고 나선다. 통제광은 부하들 행동 하나하나에 일일이 간섭하는데, 불성실 상사는 부하들에게 모든 걸 떠넘긴 후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몰라서 불안해한다. 마지막으로 가스라이팅형은 희생자를 고립시켜 대안적 현실을 주입한 후 오로지 자기 뜻에만 복종하게 길들인다. 직장에서 흔히 마주친다.

‘또라이’들은 주로 동료나 부하를 먹잇감으로 삼으나, 자기 이익을 챙길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 상사라도 배신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무능한 멍청이가 아니라 직장 내 인맥도 탄탄하고 사회적 인지능력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줄을 잘 서는 것이다. 적을 약하다고 생각하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게다가 경영자 대부분은 업무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지 의사소통 방식에는 무심하다. ‘또라이’들 대부분은 그런 속성을 이용하는 데 귀신처럼 능란하다.

직장 ‘또라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깝고 친한 소수와 불평을 주고받으면서 무작정 갑질을 견디거나 참다 못해 사표를 던지면 안 된다. 직장 내 관계망에 속하는 여러 동료와 널리 교류하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게 출발점이다.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갖추어야 할 제일 중요한 요소가 직장 내 친구인 까닭이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친구가 곳곳에 있다면, 때로는 이들이 ‘또라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고, 때로는 함께 목소리를 높여 그 행동을 저지할 수도 있다.

직장 ‘또라이’가 고여 썩어 가면서 조직 전체를 좀먹지 않도록 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러는지 파악해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모든 조직은 약해진다. 연말이 가기 전에 조직 전체를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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