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공원보다 공간 잇는 보행로… 연결 지점 늘려야 제 역할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보행길 수목원 형상화한 공원으로 설계
개장 당시 주변 도시 조직간 접점은 17곳
6년간 신설 접점 단 두 곳… 파급 효과 미미
2023년 들어 국가상징공간 조성 위한 철거설
보행로에 방점 둔다면 타협안 모색 가능
연결 지점 늘려 ‘걷기를 중시하는 서울’로
서울로7025나 7027로… 재출발할 수도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서울역 고가도로와 뉴욕 하이라인 사이의 다른 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이라인은 뉴욕 맨해튼 서쪽, 첼시 지역에 쓸모가 다한 고가 철로를 선형공원으로 탈바꿈한 프로젝트다. 2009년 1단계 개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33㎞에 이르는 구간이 완성돼 매해 800만명 이상이 찾는 뉴욕의 명소다. 무엇보다 하이라인은 시민 단체가 주도하여 상향식(Bottom-up)으로 진행된 사업으로 전형적인 미국식 시민 참여를 보여 준다.
사업을 발표하기 전부터 서울역 고가도로를 하이라인처럼 만들겠다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택은 확고했던 것 같다. 심지어 박 시장은 사업 발표를 서울역 고가도로가 아닌 뉴욕 하이라인에서 했다. 그 자리에는 ‘하이라인의 친구들(FHL: Friend of the High Line)’의 두 대표, 데이비드 조슈아와 로버트 해먼드 그리고 설계자까지 동행했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미래가 하이라인과 같은 선형공원이라는 박 시장의 일방적인 믿음에 비추어 보면 2015년 5월에 발표된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당선작이 선정된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2, 3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제출작이 새로운 구조물 설치를 최소화했는데 당선작만 꽃과 나무를 심은 645개의 원형 화분 설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한 이유가 시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흙과 물이 담긴 수백 개의 화분을 설치함으로써 구조물에 항시적으로 하중이 가해질 계획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된 건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당선작은 네덜란드 건축·도시설계사무소 MVRDV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비니 마스와 국내 건축사사무소 dmp가 함께 만들었다. 보행길을 수목원으로 형상화한 ‘서울수목원’을 개념으로 제시한 마스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살아있는 식재 도서관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서울에 공원녹지를 조성하려는 사람들이 식물도감에서 적당한 꽃과 나무를 찾듯이 이곳에 와서 살아 있는 식물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설계자는 서울에서 생장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수목을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고 싶은 수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남대문(동쪽)에서 만리동(서쪽)으로 수목 이름을 기준으로 ‘가나다’ 순서대로 배치했다.
박 시장은 서울로7017이 선형공원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로7017의 기본적인 역할은 철도와 도로로 조각난 서울역 일대의 공간을 연결하는 ‘보행로’다. 이 본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울역 인근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서울로7017과 주변 도시 조직 간의 접점이 새롭게 늘어나 보행의 밀도가 높아져야 했다.
개장 당시 접점은 ‘17’개였다. 그중 서울로7017과 직접 연결되는 건물은 호텔마누와 그 맞은편 서울로타워가 유이했다. 이후 2020년에 메트로타워가 추가됐고 2년 뒤 공공미술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 주차램프(현 도킹서울)와도 이어졌다. 개장 이후 6년간 서울로7017과 주변 조직 간의 연결 지점은 두 곳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서울로7017의 파급효과를 강하게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올 4월 서울시가 서울역 일대를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서울로7017을 철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사전 구상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상징공간’이 무엇을 상징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국가상징공간이 서울 내 여러 개 생긴다면 광화문광장이 역사성과 시민참여를 상징하듯 다른 곳에 있는 국가상징공간은 다른 상징을 보여 주는 게 맞다. 하나의 상징이 현재의 대한민국과 서울을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상징’에 ‘현재 대한민국과 서울이 지향하는 가치’가 포함될 수 있다면 서울로7017은 “걷기를 중시하는 서울”, 그래서 “걷기를 통해 도시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서울의 모토를 전달하는 확실한 상징이 될 수 있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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