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주목도 향상 기회… 北 인권 논의도 본격화 기대 [심층기획-韓, 2024년부터 안보리 이사국 활동]

홍주형 2023. 12. 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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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10년 만에 안보리 복귀
2024년 6월·임기 종료 전 의장국 전망
회의 소집권 등 가져 집중 논의 가능
北 문제 더불어 ‘新 안보’ 기여도 준비
여성과 평화 안보·사이버 안보 분야 등
축적된 경험 바탕 중점 추진 나설 듯
한국이 2024년 1월1일 0시부터 임기 2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다. 한국이 안보리에 복귀하는 것은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지난 6월 유효 투표 수 192표 중 180표 득표로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에 당선된 뒤 정부는 꾸준히 안보리 이사국 수임을 준비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서방 국가들과 반목하면서 안보리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안보리는 제재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통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구속력을 갖고 움직이는 유일한 안보 기구다. 한국이 약 10년 만에 다시 그 일원이 되는 것은 한반도 안보, 그리고 세계 안보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반도 문제 발언권 커져

김숙 전 주(駐)유엔 대사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안보리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안보리에 들어가 우리와 이념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밀접하게 행동하면서 대한민국 안보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2023년 현재 안보리에서 다루는 60여개의 의제 중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한반도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 이해당사국으로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등 우방국들과 결의안 채택이나 관련 회의 개최에 힘을 보태왔다. 하지만 이사국이 아닌 상황에서 직접 회의를 소집하거나 적극적으로 결의를 주도하기는 어려웠다.

비상임이사국 수임은 이 같은 한계에서 한시적으로나마 벗어나 북핵 문제에 더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또 결의안 표결권, 결의안 상정권에 더해 안보리 이사국 간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을 수임할 때에는 회의 소집권도 가진다. 정부는 이를 적극 활용해 북한 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주목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현재로서는 2024년 6월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할 것으로 예상되며, 임기가 끝나기 전 한 번 더 수임할 가능성이 있다.

국립외교원 남승현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면 안보리 내 북한 인권 문제 논의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2013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다룰 것이 건의된 바 있지만, 여전히 북한 인권은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고 안보리의 상시 의제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2018∼2019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던 때를 제외하고 한·미·일은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꾸준히 다루려 했으나 중·러의 반대가 완강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이 안보리에서 이들과 더 접촉할 기회를 갖는 것은 고무적이다. 안보리를 잘 아는 한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이 큰)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고위급에서 상시적으로 만날 기회가 생기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장기 교착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안보리 내 한반도 문제의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의를 환기하는 효과도 있다. 과거 안보리에서 실무자로 근무한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리 이사국 수임을 “한국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이사국들에게) ‘계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이사국이 특정 문제에 중점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안보리 내 주목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지난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자지구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사국 대표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신(新)안보 기여·다자외교 성장

안보리 이사국을 수임한다는 것은 북한 핵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안보 문제에 한국이 적극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한국이 안보리 무대에서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등 지리적·정치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안보 문제, 또 기후·사이버 등 비전통적 안보 문제에도 적극 나설 것을 요구받는다는 얘기다.

특히 개발도상국 경험을 가진 중진국이란 점을 선거운동에서 강조한 한국은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안보 의제에 다른 강대국들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해 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다자외교 역량도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 전 대사는 “유엔 등 다자무대에는 국가들이 형성하는 여러 그룹이 있는데 한국은 아시아 그룹 외에 마땅히 속한 그룹이 없다”며 “(안보리 활동을 통해) 그간 다자외교에서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를 정치·경제적으로 대폭 신장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이사국 당선 뒤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 말고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다뤄야 할 여러 새로운 안보 의제에 관한 전문성을 보강해 왔다. 약 10년의 공백을 메우고 각 의제에 대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은 이사국 수임 중에도 계속돼야 할 과제다.

한국이 선거에서 내건 4대 중점 과제(평화유지·평화구축, 여성과 평화 안보,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극복)에 대해선 더욱 적극적 기여를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사이버 안보는 한국이 북한 핵·미사일 불법자금 확보를 추적하면서 전문성을 쌓은 분야로 향후 정부가 주력 분야로 내세우려 한다. 영국은 올해 7월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하면서 인공지능(AI) 규제 문제를 처음 안보리 의제로 제안해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보 영역이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낼 분야도 이 같은 신안보 의제라는 조언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여성과 평화 안보, 사이버 안보, 기후 안보 분야는 그간 한국이 다양한 국제회의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바 있다”라는 말로 한국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25개 안보리 산하 기구의 의장국을 배분해 맡게 된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제외한 분야에서 의장국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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