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설’ 민주 “윤석열 아바타”·국힘서도 찬반 가열

이동준 2023. 12. 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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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실상 합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스마일센터를 찾아 직원 간담회를 마친 뒤 입구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의 요청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뉴스1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론'을 둘러싼 당내 찬반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내년 총선 지휘봉을 맡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주류들은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을 이유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선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한동훈 비대위원장’ 설과 관련해 “윤석열 아바타 비대위”라고 평가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여권에 따르면 친윤계 의원 일부가 당 안팎에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물밑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내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혀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친윤 일부”라며 “앞에서 말하는 의원들 뒤에서 오더(지시) 내리는 사람이 한두 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소속 일부 인사는 당내 비대위원장 선호도 등을 파악하고자 주말 동안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 비대위 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작업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특검 국면을 돌파할 수 있고, 동시에 영남권 공천 혁신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수도권 당협위원장들과 많은 소통을 했는데 무조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며 "수도권에서는 한 장관을 추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적으로 한 장관을 지지하는 당 지도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 경험 이전에 국민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 당원들이 누구를 원하느냐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장관이 최우선 선택지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비주류를 겨냥해서는 "정치 경험이라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게 아니라 새롭고 파격적인 선택의 길을 터주는 그런 중진들의 결단과 헌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친윤계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모여서 ‘누구로 하자’고 정하진 않았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원하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뜻을 에둘러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최고위원회 관계자도 “수도권 여론을 스크리닝해보면 다른 정치인들은 누가 와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이 나오는데 한 장관에 대해서는 확실히 스타성과 새로움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수도권 선거의 판을 흔들기 위해선 한 장관이 유일하게 분위기를 크게 뒤엎을 수 있는 카드 아니겠냐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대통령이 곧바로 수락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주류 측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되면 그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당정관계 재정립이 더욱 어려워질 뿐 아니라 '검찰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훈 카드'를 꺼낼 시점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겨냥한 야권의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고, 이러면 이제 막 발을 뗀 한 장관의 정치 행보에 득이 될 게 없다는 거다.

이용호 의원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 출신에 대한 국민적 여러 가지 비판 여론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을 모셔 오는 부분은 아무래도 선거 프레임으로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제일 문제는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은 비상 상황에 모시는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하는 분인데 정치 경험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평시 같으면 배워가면서 할 수 있지만 지금 선거가 4개월도 안 남은 상태다. 본인 선거 한번 안 치러본 분이 선거를 지휘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에서 사실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재형 의원도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시면서 그래도 할 말을 하는 검사는 한동훈이었다 이런 말도 있다"며 "그래서 기대도 해볼 수 있겠지만 일단 국민들이 보기에는 약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고 야당도 그런 프레임을 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리스크는 안고 들어가야 된다는 걸 감안해야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과연 내년 총선까지 단기간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른 것에 대한 논평을 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설이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아바타 비대위”라면서 “(최고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아바타 위원장’, ‘검찰 공천용 비대위원장’, ‘김건희 특검 거부를 위한 비대위’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낙점에 (인사검증 담당자인) 한동훈 장관이 단 한 번이라도 ‘아니되옵니다’라고 만류했다면 인사 참사가 이렇게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예 아바타를 세워놓고 직접 당무를 보고, 공천도 다 알아서 하겠다는 말 아닌가”라고 한 바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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