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국제분쟁의 중심, 해협의 역사
두 육지 사이의 좁은 바다를 뜻하는 해협(海峽)은 요충 중에서도 요충이다. 육지에서 포격해 배가 지나갈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좁은 바닷길은 많은 나라의 목줄을 쥐고 있다. 해협 중에서도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바로 옆의 다르다넬스 해협은 늘 유럽의 중대 관심사였다.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튀르크에 멸망하며 이 두 해협이 모두 튀르키예 수중에 떨어졌다. 기원전 12세기 트로이도 여기에 있었고, 기원전 5세기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한 페르시아군이 도주할 때도, 알렉산드로스가 동방 원정에 나설 때도 이 해협을 건넜다.
▶19세기 러시아 흑해 함대가 지중해에 진출하기 위해 손에 넣어야 했던 곳도 당연히 이곳이었다. 크림전쟁은 그런 러시아를 막으려 영국·프랑스가 이 지역에 원정한 전쟁이었다. 1차 대전 때도 격전지였다. 영국이 독일의 배후를 치기 위해 다르다넬스 해협 앞 갈리폴리 반도 상륙작전을 펼쳤다가 오스만 제국군에 패했다. 지난해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두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새삼 입증했다. 튀르키예가 모든 군함의 두 해협 통과를 금지하자 러시아가 흑해 함대를 보강할 길을 잃고 말았다.
▶바다 사이 좁은 육지 길인 ‘지협’의 전략적 가치도 못지않다. 북미와 남미 대륙을 잇는 지협에 자리 잡은 파나마는 자신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콜롬비아에서 독립했다. 파나마에 운하 건설을 추진한 미국이 독립을 도왔다. 해협과 지협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전혀 다르지 않다. 미국은 파나마에 운하 관할권을 돌려주면서 평시, 전시를 막론하고 개방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아시아에도 중요한 해협이 있다.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믈라카 해협과 중국과 대만 사이의 대만 해협이다. 국제사회는 믈라카 해협을 특정국의 영해가 아닌 국제 수역으로 관리하며 해적 퇴치에도 함께 나서고 있다. 대만 해협은 언제 중국의 공격으로 미사일이 날아다닐지 모른다.
▶최근 가장 걱정인 해협은 홍해 남쪽 끝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이곳을 지나면 수에즈 운하다.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30%가 오가는 이 해협은 워낙 좁아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란이 자국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도 위협하고 있다. 이곳이 막히면 세계 유가가 폭등한다. 모두 이성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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