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로 시작해 종합물류기업으로…‘비상’하는 하림
벌크선사 이어 컨테이너선도 품어…매각 대금 6조4000억 조달 숙제
HMM이 자산 8조8000억 더 많아 ‘승자의 저주’ 우려…특혜 시비도
하림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다만 최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 우려가 뒤따를 수 있다.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도 하림이 풀어야 할 과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사료 운송 비용 절감을 위해 2015년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하림은 팬오션에 이어 HMM까지 인수하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종합물류기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27위인 하림이 성공적으로 HMM을 인수할 경우 13위로 단숨에 재계 상위권으로 올라선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HMM 인수와 관련해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림의 덩치에 비해 높은 인수 비용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하림의 자산은 17조원으로 HMM의 자산 25조8000억원보다 8조8000억원 적다. 시장에선 이번 인수전을 놓고 ‘보아뱀’(하림)이 ‘코끼리’(HMM)를 삼키려는 꼴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다. 인수 후에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하림은 HMM 인수 자금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했으며, 호반그룹과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본입찰에서 매각 주체 측에 HMM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동원그룹은 지난 8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에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입찰 절차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하림은 영구채 유예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이 인수 후 14조원대의 막대한 HMM 현금 유보금을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쓸지, 그룹 사세 확장에 전용할지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 김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 등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자주 동행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다.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과 하림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밝혔지만 하림 측에서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체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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