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미국 피 오염”…트럼프 ‘혐오 발언’ 쏟아낸다

노정연 기자 2023. 12. 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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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슈로 뜨자 수위 높여
바이든 성명 “히틀러 흉내”
공화당에서도 비판 목소리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이 이민자들을 겨냥한 혐오성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내 이민자 문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의 발언은 “히틀러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그는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도 미국으로 유입된다”면서 이민자들이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비난했다. 뉴햄프셔주는 백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해당 발언은 연설 전 언론에 배포된 사전 자료에는 없었던 문구로 알려졌다.

국경안보와 이민정책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우파 성향 웹사이트 ‘내셔널 펄스’ 인터뷰에서도 이민자를 겨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미등록 이민자들을 악어에게 먹이로 주자는 의미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이슨 스탠리 미국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이 아돌프 히틀러가 저서 <나의 투쟁>에서 ‘독일인의 피가 유대인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면서 “위험한 발언이 반복되면 그것이 정상 취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는 아돌프 히틀러를 흉내 내고, 김정은을 찬양하고, 푸틴을 인용하며 자신의 롤 모델을 보여줬다”며 “그는 독재자가 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대통령 후보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CNN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경선 결과만 신경 쓰고 하는 말”이라며 “이런 발언 때문에 미국의 리더십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논란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이민정책은 최근 이민자 급증으로 여론이 악화되며 재선 캠페인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히스패닉의 지지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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