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사망 후폭풍…네타냐후 ‘사면초가’
희생된 인질 ‘SOS’ 메시지 알려지며 “총리 퇴진” 시위 봇물
미 국방, 이스라엘 방문 ‘저강도 군사 작전’ 전환 요구할 듯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자국 인질 오인 사살 이후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부정적 여론 타개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등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내각 회의 시작 전 가자지구에서 전사한 이스라엘 병사 가족이 보낸 편지를 히브리어로 낭독했다. 편지엔 “당신(네타냐후 총리)에겐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그는 편지를 다 읽은 뒤 “쓰러진 전우들을 위해서 이스라엘군은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에레즈 검문소 인근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머물던 4㎞ 길이의 초대형 땅굴을 발견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관련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나아가 주요 외신 기자들을 불러 땅굴을 살펴보게끔 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땅굴은 폭 3m 정도로 차량이 이동할 수 있으며, 통신·전력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대규모 공습을 염두에 두고 검문소와 가까운 곳에 땅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7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남부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한 구호물자 반입도 이뤄졌다. 지금까진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서만 조달이 가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미국과의 합의 준수를 위해 보안 검사를 거친 유엔 구호 트럭이 케렘 샬롬을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보는 자국 인질 오인 사살을 계기로 이스라엘군 작전에 대한 국제사회 의구심이 커지고, 국내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이를 달래려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텔아비브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와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이날 사망한 자국 인질 3명이 생존 당시 남은 음식을 짜내 구조 요청 신호(SOS)를 남겼다고 밝히자 분노가 폭발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 천에 히브리어로 ‘SOS’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란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인 사격으로 목숨을 잃은 알론 샴리즈(26)의 형 이도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 셰파임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이스라엘군이 그를 버리고 살해했다”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 디클라는 추도사에서 “아들은 지옥에서 70일간 살아남았다”며 “시간이 더 있었다면 너는 내 품에 안겨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4일 동안 가자지구에 억류됐다 풀려난 라즈 벤아미는 “불행히도 내 말이 옳았다”며 “군사 조치만으로는 인질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국제사회도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할 예정이다. NYT는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민간인 안전을 고려하고 인도적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NN 또한 “오스틴 장관이 ‘저강도 군사 작전’으로 전환하라는 뜻을 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군의 전술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불안한 입지를 고려했을 때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루살렘히브리대 가이 라론 교수는 WSJ에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 협상을 한다면 그의 우익, 종교, 국수주의 연합 파트너들이 내각을 해산할 것”이라며 “전쟁 전략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를 공습해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최소 90명,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12명이 숨졌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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