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옛집 복원’…시민들 다시 나선다
대구시 “민간단체 소유라 지원 근거 없어” 운영 등 합의 불발
전태일 열사가 어린 시절 살던 대구 옛집의 복원과 기념관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은 내년까지 옛집 복원 등을 위한 2차 시민모금운동을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가 모인 단체다.
전태일 열사의 옛집은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다. 전태일 열사가 가족과 살던 셋방터는 무너져있지만, 방 경계를 따라 세워둔 나무기둥 20여개로 방 크기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셋방과 맞닿은 주인집 처마도 철판과 각목 등으로 덧대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이 부지에 전태일 기념관을 짓기 위해 2019년 시민모금운동을 벌였다. 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3200여명이 4억3000여만원을 모아 2020년 옛집을 사들였다.
이후 이들은 대구시 예산을 받아 약 10억원을 들여 기념관 조성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대구시도 2021년 5월 ‘전태일 옛집,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예산 지원에 공감대를 보였다.
하지만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옛집 소유권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대구시는 예산지원을 위해 옛집 소유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운영 권한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전태일 열사 옛집이 허물어져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기념관 건립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당초 계획한 만큼 모금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태일의친구들은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건축비용 3억원가량을 모금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 총 모금액의 절반 정도를 모아 착공할 목표도 세웠다.
이 단체는 지난해 옛집 전체공간(195㎡) 중 열사 가족이 살았던 셋방터(약 9.9㎡)는 기초석을 발굴해 고증 작업을 벌였다. 셋방터는 집의 형태로 복원하지 않고 작가의 재해석이 담긴 오브제를 놓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될 예정이다. 주인집 등 나머지 공간은 원형을 최대한 복원해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록전시관과 체험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옛집이 복원되고 기념관이 들어서면 지역 유산이자 공공재로 활용되는 만큼 국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김채원 전태일의친구들 상임이사는 “불경기 등의 원인이 있지만 기념관 건립은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지자체와 정치권이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 열사 옛집 건물이) 민간단체의 소유여서 별도 조례가 없다면 지자체 예산을 투입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태일 열사의 대구 옛집은 전 열사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한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다닐 당시 가족 모두가 살던 곳이다. 전태일 열사는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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