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맛’ 없는 페퍼저축銀
올 시즌도 반등 기미 ‘아직’
2021년 창단한 프로배구 여자부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은 지난 두 시즌 동안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18일 현재 9연패 늪에 빠져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GS칼텍스전에서 이긴 게 마지막이다. 7개 구단 중 최하위(승점6·2승14패)로 유일하게 승점이 두 자릿수가 안 된다. 연패 기간 동안 5세트 접전까지 간 경기는 이달 초 홈에서 열린 흥국생명전 단 한 번뿐. 팬들이 “무릎을 꿇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진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진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 6월 선임된 조 트린지(36·미국) 감독은 그동안 미국·캐나다에서 코치·분석관으로 몸을 담아 아직 한국 배구 실정에 맞는 전술을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시달린다. 본인이 경험한 배구와 이끌어야 하는 한국 배구의 신속한 접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어떤 변화든 계속 시도해볼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으로 영입했던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뼈아프다. 페퍼는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어 ‘클러치 박’ 박정아(30)를 여자배구 역대 최고 대우인 3년 총액 23억2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인센티브 3억원)에 품었고, 외국인 선수론 현대건설에서 뛴 ‘검증된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27·미국)를 뽑았다. 그리고 보호선수에서 풀었다가 다시 데려오는 ‘이적 소동’까지 벌이며 세터 이고은(28)을 겨우 붙잡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아는 어깨 부상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야스민이 득점 4위(391점)로 분투하고 있지만, 배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스민은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허리 부상으로 중도 이탈한 만큼 지속적인 몸관리도 중요하다. 설상가상으로 페퍼는 팀 리시브 효율(29.79%) 꼴찌를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고은이 활약할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들었다. 리시브가 불안하니 안정적인 토스를 할 수 없어 공격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단조로워지는 것이다.
악재도 겹쳤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국내 여자 선수 중 최장신(194.5cm)인 몽골 출신의 염어르헝(19)을 귀화 시험까지 도우며 품었지만,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사실상 통째로 날리게 됐다.
페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탈(脫)꼴찌’를 외쳤다. 여자부의 판도를 뒤흔드는 ‘다크호스’를 노렸지만, 이대로라면 세 시즌 연속 바닥이 유력하다. 페퍼는 19일 경기 화성에서 5위 IBK기업은행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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