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큰 폭 행보 해달라” 이재명 “백지장 맞들자”

탁지영·신주영 기자 2023. 12. 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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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탄생 100주년 다큐’ 시사회서 만나 단합 의지 강조
이낙연 “민주당, 획기적 변화 땐 대화” 신당 한 발 물러서
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이재명·김부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두번째), 김동연 경기지사(첫번째)와 함께 영화 제작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서 만났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당을 위해 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며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하라는 취지로 당부했다. 이 대표는 “힘을 합쳐 위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하겠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김 전 총리는 김대중재단 고문 자격으로 각각 초대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 총리 3명(김부겸·정세균·이낙연) 중 김 전 총리만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시사회에 참석해 만남이 불발됐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일정상 이유로 불참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와 만난 후 시사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이 대표가 고생하는 것과 당을 위해 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포용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역사를 더 큰 물줄기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취재진이 이 전 대표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인지 묻자 “당연히 그래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시사회 시작 전 기자들에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민생 경제의 후퇴를 막는 것이다. 백지장을 맞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 힘을 합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는 이달 20일, 정 전 총리와는 28일에 각각 회동할 계획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전 대표 측과는 회동 논의조차 오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 대화할 여지를 남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민주당과 대화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새해 초에 신당 구상을 밝히겠다며 연말까지 민주당에 변화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아이디어가 나와 있고 아직까지 지도부에서 대답이 없지만 그 비대위가 민주당의 획기적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반발은 계속됐다. 이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 추진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연판장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 수는 이날 110명을 넘겼다.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민주당의 역사와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당이 물밑에서 이 전 대표를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연판장을 돌리는 식으로 압박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송영길 전 대표, 추미애 전 대표와 조국 전 장관도 신당을 말하고 있지만 당내 그 누구도 이낙연 신당설처럼 비난하고 연서명하지는 않았다”며 “누가 하면 착한 신당이고 누가 하면 분열인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당의 분열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당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선당후사를 결단해달라”며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CBS 라디오에서 “유력 대선주자였고 총리와 당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그런 선택을 할 때는 설득하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된다”며 “ ‘그냥 잘못했다’ ‘그만해라’ 이렇게 말하는 게 같은 당의 유력한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인가. 너무 배제지향적”이라고 비판했다.

탁지영·신주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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