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장 시절 박상우, 내부 비리 알고도 ‘즉시퇴출제’ 미이행
시민단체 등 “박 후보 취임 땐 LH 개혁 동력 떨어져” 우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임 시절 내부 직원의 계약비리가 확인됐음에도 조달청에 업무를 이관하는 ‘즉시퇴출제’를 적용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와 감사로 이미 계약비리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LH가 이행할 수 있는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18일 경향신문이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LH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2019년 1월23일 이사회에서는 ‘즉시퇴출제’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이 회의에는 박 후보자가 기관장 지위로 참여했고 상임감사위원 1명과 이사 13명도 동석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7조에 규정된 ‘즉시퇴출제’는 입찰비리 행위로 공공기관 임직원이 기소되거나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해당 업무를 2년간 조달청에 위탁하게 만든 제도다. 하지만 의무가 아니고 공공기관장이 이사회를 거쳐 즉시퇴출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토록 돼 있어 기관장 의지에 따라 업무가 조달청에 이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시엔 업무이관 안건이 이사회에서 부결되면서 즉시퇴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제도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현 지침 내에서도 지급자재 선정업무 과정에 비리가 발생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가 있어 관련 업무를 위탁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는 참가자 발언이 주요 의견으로 채택됐다. 박 후보자가 사장 시절 LH 내부 비리를 차단하려는 의지가 약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LH 사장 출신인 박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 전관 등 LH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개혁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사장 출신이 전관 문제를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LH 내부에서도 박 후보자가 오면 LH에 대한 강경한 기류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 LH 직원은 “최근 LH가 매우 힘든 상태인데 박 후보자는 LH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기보다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2019년 LH 사장 퇴임 후 건설업 컨설팅 업체 피앤티글로벌을 설립한 뒤 공개 입찰을 통해 2022년 3억원 규모 LH 연구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피앤티글로벌 사내이사에서 사퇴했고, 비상장주식(1억8500만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백지신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박 후보자는 정부가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선 선정을 두고 특혜 논란이 발생해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2024년 예산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먼저 국회·전문가 등과 협의해 투명하게 해결 방식을 마련하고 그에 기초해 추진 방안을 검토한 후 사업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심윤지·김윤나영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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