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노랫말처럼 긴 이름…아파트, 부르기 쉬워질까
건설사 10여곳과 선언식
센트럴·팰리스·메트로 등
길고 생소한 외국어 자제
한글·지역 유래 활용 권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2)차.’
전국에서 이름이 가장 긴 전남 나주의 이 단지는 아파트 명칭이 총 25자에 달한다. 외국어·외래어 나열로 점점 길어지는 이 같은 공동주택 작명이 서울에서는 짧아질 수 있을까.
서울시가 오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공동주택 명칭 개선 3차 토론회를 열고 지역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도로명에도 사용되는 아파트 단지 이름이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율 규정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아파트 이름 관련 논의의 마지막 자리로 앞서 전문가·건설사·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길고 생소한 외국어 사용은 자제하고 부르기 쉬운 한글이나 지역의 유래, 옛 지명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단지명 특화를 위해 붙이는 ‘센트럴’ ‘팰리스’ ‘메트로’ ‘더퍼스트’ ‘에듀’ 등 수식어(펫네임)는 의미 없는 무분별한 나열을 없애 최대 10자를 넘지 않도록 하고 개성을 살리되 법정동, 행정동은 지켜야 한다는 점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년간 재건축·재개발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 명칭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여러 외국어를 조합하다 보니 음절이 2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단지 이름이 건설사 브랜드와 지리적 특징 등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탓이다. 집값은 물론 해당 단지의 커뮤니티 가치 등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입주민들이 다양한 의미를 조합하기 쉬운 외국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해당 이름이 도로명으로도 사용돼 주소로서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택배·우편물 배달이나 방문자의 혼란을 막을 쉬운 명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공동주택 명칭이 어렵고 복잡해 방문 시 헷갈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72.3%가 ‘외국어가 어려워’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봤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건축·국어·지리 등 분야별 전문가와 논의를 시작했다. 정비사업 조합·건설사 등의 의견도 수렴했다. 작명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공공성을 갖춰 아파트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개선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 적용에는 민간 건설사와 입주자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이에 서울시는 3차 토론회에서 자정 노력의 의미로 공공·민간 대형 건설사 10여곳과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제정을 위한 선언식’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시는 마지막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까지 수렴해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내년 초 이를 각 자치구와 조합, 시공사에 배포할 방침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이름을 짓는 데 자율·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어렵고 긴 외래어·외국어보다 우리말과 지명을 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며 “1년여 논의해 마련한 개선안을 통해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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