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달 격론끝 하림 선정 … 기업결합 심사 통과는 과제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안
하림이 철회하며 매각 급물살
김홍국 "매도자 의견 중요"
産銀이 내건 조건 수용 시사
내년 상반기 매각 마무리 계획
하림·JKL컨소시엄이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되기까지 정부 내에서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고 진통도 거듭됐다.
매각자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본입찰 뒤 이르면 일주일 내에 우협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선정이 늦어진 것은 하림·JKL컨소시엄 측이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안 등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하림이 이런 조건을 철회하며 선정 작업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내걸었던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대해서도 JKL파트너스는 예외로 해달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에는 사실 원하는 조건을 다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전제한 후 "매각 측에서 이제 원하는 조건을 말하면 된다. 이제까지 요청한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제부터 협상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산은 측 역시 "산은과 해진공은 매각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실히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공적 자금 투입 기업을 빠르게 매각한다는 것은 일종의 '원칙'이었기에 HMM 매각 건도 최대한 속도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매각 진행이 쉽지 않았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는 해양수산부와 매각 주체인 산은, 금융위원회 등의 생각이 조금씩 다 달랐기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래도 19일로 예정된 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전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JKL컨소시엄은 이번 인수전에서 매각 대상인 HMM 지분 3억9879만주(57.9%)에 대해 동원그룹보다 높은 6조4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우협 선정이 지연됐지만 이미 계약 관련 논의가 충분히 진행됐고, 양측 모두 상당 부분 준비돼 있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 측은 내년 상반기 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매각 측은 6조원이 넘는 초대형 거래인 만큼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후보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하림·JKL컨소시엄의 경우 사전에 인수 주체인 팬오션 등을 통해 3조25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인수 자금을 확보해뒀다.
이는 기존 유가증권 매각 등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확보한 1조8000억원과 5000억원 수준의 영구채 발행, 선박 등 자산 유동화가 더해진 수치다. 지난달 16일 팬오션이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5.8%) 전량을 1628억원에 처분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주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도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000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 조성을 준비해왔다. 이와 별도로 인수금융을 조달하기 위해 일찌감치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주단을 아군으로 확보했다.
팬오션에 대한 지원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회사 하림지주가 2016년 인수한 한국터미널 용지 개발에 대한 심의 절차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림그룹은 개발이 가시화되면 자금이 1조원 이상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향후 인수금융을 조기 상환하는 등 재무 부담을 덜 계획이다.
특히 국내 1위 벌크해운사인 팬오션을 거느린 하림그룹은 HMM 인수를 계기로 국내 해운 물류를 책임지는 국가대표 국적선사로의 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팬오션은 2023년 상반기 기준 총 301척의 선박을 운영하며 연간 화물 약 1억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이러한 팬오션이 국내 1위, 전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손에 넣으면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존 팬오션이 운영 중인 선박에 2023년 상반기 기준 HMM 선박 105척, 양사가 수년 내로 인도받을 선박까지 더하면 향후 400척을 훌쩍 넘는 선대를 거느리게 된다. 이날 하림 주가는 전 거래일과 동일한 2905원, 팬오션 주가는 4.11% 오른 45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대석 기자 / 박인혜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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