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일단 멈춤…“추대, 형식적 절차만 남아”
“용산서 내리꽂는 모양새” 반발도…예산 처리 후 결론 낼 듯
지지층은 “강감찬을 임진왜란 때 쓸 거냐” 시기상조론 비판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을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윤석열계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아래 사진) 추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난 15일 의원총회에 이어 이날도 비토 여론이 비등했다. “용산에서 내리꽂는 모양새를 만들려는 건가”라는 반발도 나왔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또 그 과정을 거친 연후에 제가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내일, 모레(19~20일) 이틀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제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과정이 남아 있어서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당원들이나 당의 원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전당대회에 준하는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로 거명되는 어느 누구도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연석회의의 관심은 친윤계가 밀고 있는 한 장관으로 대세가 기우느냐로 쏠렸다. 회의 전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 등이 원외 당협위원장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한 장관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계 입장에선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김석기 최고위원 등이 한 장관 대세론을 띄웠지만 “북한 김주애냐”(김웅 의원) 등 반발에 막혀 추대 결정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연석회의가 중요했다.
하지만 한쪽으로 압도적인 의견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30분이 넘게 진행된 이날 연석회의에서 총 33명이 발언했다. 한 장관을 추대하자는 발언자도 있었지만 사실상 반대하는 인사도 만만치 않아 찬반 양론의 수가 비슷했다고 한다.
한 발언자는 “용산에서 내려다 꽂는 모양새로 돼서 또 당정 관계를 그렇게 만들려고 하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동부권 당협위원장들인 김재섭(도봉갑)·이승환(중랑을)·이재영(강동을) 3인방의 한 장관 반대 발언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하든 다 이해충돌처럼 비치기 때문에 과연 한 장관을 그런(비대위원장) 역할에 밀어넣는 게 맞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상훈·성일종·조해진·최형두 등 현역 의원들은 “한 장관은 좋은 자원”이라면서도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데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 장관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그의 높은 인지도를 이유로 들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지지율 높은 분이 누군지 아시죠”라며 “(찬반이) 8 대 2 정도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강감찬 장군을 임진왜란 때 쓸 거냐”고 시기상조론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용호 의원은 “정치 경험이 많고 민주당 상황을 잘 아는 김한길 위원장이 좋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비토론이 적지 않은 상황은 윤 원내대표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중진의원연석회의, 15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단일 의견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날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 장관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입장이 모이지 않으면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 등 역할도 맡지 않겠다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한동훈 비대위 관철을 위해 책임당원 투표나 전국위원회 개최 등 세몰이가 용이한 추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렇게 해도 (한 장관 추대가) 안 되면 뭐라도 할 것”이라며 “책임당원들을 모아 여론을 듣든, 당원들만 갖고 여론조사를 돌리든 결국 결론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 사람 누가 보더라도 용산이 시켜서 한다는 게 너무 뻔히 보이는 판인데 무슨 혁신이 되고 무슨 비대위가 되겠나. 그냥 허수아비”라고 말했다.
문광호·조문희·조미덥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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