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매수 않겠다는 결심…그래도 동전주 '묻지마 투자'는 한다[서학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는 한 절대 추격 매수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주식 매수세가 극도로 절제된 가운데 급등한 기술주 3배 레버리스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차익 실현이 급증하며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들의 주간 순매도 규모는 4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 입장 전환이 확인된 지난 13일 이전까지 통계인 만큼 사실상 연준의 피봇(pivot, 정책 전환)으로 받아들여지는 지난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서학개미들의 매매 동향은 향후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6~12일(결제일 기준 지난 11~15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3억8852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5주 연속 매도 우위다. 순매도 규모도 미국 증시가 반등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8~14일 사이의 역대급 규모(4억8349만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그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6~12일 사이에 S&P500지수는 1.7%. 나스닥지수는 2.1% 뛰어 올랐다. 이후 13~15일 3일간도 S&P500지수는 1.6%, 나스닥지수는 1.9% 추가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는 동안 서학개미들의 매도세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에 집중됐다. SOXL과 TQQQ는 각각 ICE 반도체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서학개미들은 SOXL을 2억달러 가까이 순매도했고 TQQQ는 8790만달러 순매도했다. SOXL과 TQQQ의 순매도 규모만 2억8264만달러로 이 기간 전체 순매도 규모인 3억8852만달러의 약 73%를 차지했다.
어차피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가 어려운 만큼 증시가 오르자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3배 레버리지 ETF는 벤치마크의 하루 움직임에 따라 3배 수익을 얻거나 3배 손실을 보기 때문에 하루하루 벤치마크의 움직임에 따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SOXL은 12월 들어 지난 12일까지 16.8% 올랐고 TQQQ는 같은 기간 이보다 작은 7.3% 상승했다. 최근 미국 중소형주 중에는 단기간에 10% 훨씬 넘게 뛰어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TQQQ의 경우 그리 높은 수익률은 아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6~12일 사이에 3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거의 5000만달러 순매도되며 5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이는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큰 폭의 랠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데 따른 실망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0월31일 200.84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반등했으나 지난 11월14일 230달러대를 넘어선 뒤 한달간 230~240달러 사이 박스권에서 횡보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3일 FOMC 결과가 발표된 뒤에야 내년 금리 인하로 자동차 할부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25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종가 기준 최고치인 지난 7월18일 293.34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서학개미들은 애플도 3000만달러 가까이 순매도하며 5주째 상대적으로 큰 폭의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애플은 지난 14일 198.11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서학개미들은 애플 주가가 사상최고치에 근접하자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차익 실현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도 지난 11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률이 둔화된 가운데 170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2주 연속 빅테크 기업 가운데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3개 종목을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지난 11일 씨티그룹의 호평에 주가가 9% 폭등한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이 720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반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는 반도체주 3배 인버스 ETF에 집중됐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4555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S&P500지수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상승한 만큼 미국 증시가 소폭이나마 조정을 받을 것이란 기대에 따른 하락 베팅이다.
서학개미들은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나스닥100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도 749만달러 순매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빅테크 기업 가운데 알파벳 클래스A를 1552만달러 순매수했다는 점이다. 알파벳이 최신형 AI(인공지능) 챗봇인 제미나이를 선보이고 지난 7일 5.3% 급등했으나 그 뒤 12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자 주가 조정을 틈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처음으로 진입한 E-홈 하우스홀드 서비스 홀딩스란 회사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중국의 가사도우미 온라인 플랫폼 회사로 주가가 지난 9월 말 1달러대에서 지난 11월 중순 4달러대로 폭등한 뒤 지금까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 초만 해도 주가가 50달러를 넘어섰다.
서학개미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위기의 전기차회사인 니콜라도 981만달러 순매수했다. 니콜라는 11월 들어 강세장에서도 주가가 약세를 보이다 지난 11일 0.6875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는 미국에서 아시아 음식을 판매하는 소매업체인 메이슨 솔루션스라는 회사를 1414만달러 순매수했다. 이 회사 주가는 2달러대이다.
이런 생소하고 값싼 주식은 주로 미국 주식방을 통해 서학개미들 사이에 정보가 공유되며 매수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가가 싼 종목들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생각에 리스크를 무시한 채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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