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팬` 김홍국 회장, 재계 13위 도약…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이상현 2023. 12. 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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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인수로 종합물류기업 부상
인수자금 조달·노조반발도 숙제

국내 최대이자 유일한 원양 컨테이 선사 HMM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은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식품과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식품·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재계 순위는 27위에서 13위로 무려 14계단 뛴다. 하지만 본계약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자금 조달 문제와 노조 반발 등의 난관이 남아 있으며, '승자의 저주' 우려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림그룹, 재계 13위로 껑충…"종합물류기업 꿈꾼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을 인수할 경우 하림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KT(45조9000억원)에 이은 13위에 해당한다. 이미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물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나폴레옹의 팬이기도 한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림은 축산·식품업에 머무르지 않고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HMM을 사들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하림그룹은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사이클이 있는 해운업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물류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전 참여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HMM을 인수할 기업에 대해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으며,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까진 아직 불확실성 남아

산업계와 금융계 내부에선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현금 유보금을 HMM의 경쟁력 강화에 쓰는 것이 아니라 돈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눈길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2세로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지난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었지만 하림 측에서 'HMM 인수 뒤 보유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최대 5000억원(3년간)으로 제한' 등 요구조건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연됐다. 하림 컨소시엄의 요구로 매각 측 역시 이견을 보였다. 산은은 빠른 매각을 원했던 반면 해진공을 산하에 둔 해양수산부는 하림의 '먹튀'를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올해 해운 시황은 코로나19 엔데믹과 맞물리면서 불황이 이어지는 분위기인데, 불황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벌크(화물·곡물·석탄 등 화물) 사업과 컨테이너 사업과는 엄연히 사업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와 컨테이너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시너지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 역시 넘어야 할 숙제다.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는 지난주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출항 거부와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본계약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HMM 노조의 파업사태 역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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