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미달에…서울 소재 4년제 대학 40% 총학 선거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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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가 조금만 정치와 연관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우선 반감부터 갖는 분위기예요."
서울 한 대학에 다니는 윤모(21)씨는 지난달 있었던 총학생회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
18일 서울 소재 주요 4년제 종합대학 20곳을 조사한 결과, 투표 무산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2024년 신입생을 받는 학교는 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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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제 목소리 사라져 외면”
“학생회가 조금만 정치와 연관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우선 반감부터 갖는 분위기예요.”
서울 한 대학에 다니는 윤모(21)씨는 지난달 있었던 총학생회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 윤씨는 “후보자가 건 공약이 3년 전 총학생회가 건 공약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점에 실망했다”고 했다. 결국 개표를 위한 투표율을 달성하지 못해 해당 선거는 무산됐다. 윤씨는 “정치와 거리를 두려다 보니 총학생회가 낼 수 있는 메시지의 범위가 지극히 한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대 총학생회 정기선거 투표율은 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무산되기도 했다.
18일 서울 소재 주요 4년제 종합대학 20곳을 조사한 결과, 투표 무산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2024년 신입생을 받는 학교는 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4곳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운영되거나 내년에 재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최근 5년으로 넓혀서 보면 총학생회가 구성된 학교 수는 2023년 15곳, 2022년 10곳, 2021년 14곳, 2020년 15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생 사회가 주춤한 2022년 이후 총학생회가 구성된 학교가 가장 적다.
비대위 체제로 접어든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로 진행될 경우 비대위원장이 이미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우리 학교처럼 재선거가 있어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에 애매한 상황인 측면이 있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 사업에 반영되려면 총학생회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서울 한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오모(31)씨도 “학생회 역할이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학생회는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에서 태동했다”며 “대화로 집단의 입장을 정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학생회는 사실상 ‘축제 대행사’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씨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학생회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무용론이 퍼지니 출마자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경선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며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연세대를 비롯해 경선을 치른 학교도 꽤 있었다”며 “관건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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