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세계적인 한국 오케스트라·오페라도 나와야"
"내년 지자체 예술단체 창단 준비"…"산업적 접근 생각해봐야 할 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왜 우리의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이지 않은지, 왜 근사한 오페라 한 편 만들기가 힘든지 의문이 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클래식 음악계에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유 장관은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계 현장간담회에서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잇따라 우승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오케스트라나 한국 작품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한국인) 연주자나 성악가가 많고, 세계 무대에서 상도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뛰어난 역량이 왜 모이질 않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작곡가 이영조·최우정,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장수동,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성악가 유동직·정희경 등 음악인과 박순석 위너오페라합창단 단장, 한정호 에투알클래식 대표,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등 민간 전문가·단체,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등 국립기관·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전반적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작품의 창작·공연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조 작곡가는 "서양음악을 들여온 이후 우리 것을 정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문화적으로 종속돼 있다"며 "작곡가의 책임이 크지만, 근본적으로 연주자나 정부도 우리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수동 서울오페라 앙상블 대표는 "올해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오페라는 베르디 작품들이었고, 예술의전당이 올해 공연한 작품과 내년에 공연할 작품도 모두 해외 것"이라며 "우리 얼굴인 오페라가 없기 때문인데 우리 언어로 쓴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작곡가들의 양성 프로그램도 경연이 아닌 극장에서 작품을 위촉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연주가 자꾸 돼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며 "학교에서도 실기시험, 워크숍 등 연주할 기회가 있는데, 적어도 한 곡 정도는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드는 걸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답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한국의 정신을 알릴 수 있고, 우리만의 창작물을 지속 가능하게 연주할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중심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할 때는 한국 작품을 가지고 나갈 예정이고, 2025년에도 작품을 위촉해 한국 창작곡으로 정기 공연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지자체 예술단체 운영에 관한 계획도 언급됐다.
김홍기 군포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은 지자체 예술단체 지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며 "만약 지자체가 3억을 지원한다면, 정부도 3억을 매칭해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유 장관은 "내년에 시범적으로라도 몇 군데 (지자체 예술단체를) 창단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운영되는) 상주단체에 대해서도 실태 파악을 해 발전 방향을 정리해보겠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이밖에 음악교육 확대, 청년 예술가 기회 제공, 민간 기획사 활성화, 정부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이경재 오페라 연출가는 "예술가에 초점을 맞춘 지원뿐만 아니라 관객 지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 후원 등과 연계해 15만원짜리 티켓을 2∼3만원에 볼 수 있는 좌석을 지정하는 등 관객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순석 위너오페라합창단 단장은 "1년에 70회 정도 공연을 많이 하는 단체에 속하지만, 단원들 연봉이 1천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생계가 힘들다 보니 단원들이 공연계를 떠나 앞으로 10년 안에 단체가 존재하지 못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유 장관은 클래식 음악계에 산업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 장관은 "예술 쪽을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가내수공업처럼 일을 하고 있다"며 "기업의 세금 혜택과 같은 정책적 배려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도) 산업적으로 접근해서, 우리가 좋아서 하는 예술 행위로 끝내지 않고 벤처 창업을 하는 등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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