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감소·농촌 소멸 심각한 문제다
국어사전에서 소멸이라는 말을 찾으면 ‘사라져 없어짐’이라고 나온다. 이 섬뜩한 말이 요즘 특정 단어 뒤에 붙어서 많이 쓰인다. 인구 소멸, 농촌 소멸 등이 그 사례다.
최근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에도 등장했다. “한국은 인구가 줄어들어 곧 소멸할 것이다. 인구 감소가 흑사병 때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은 올해 3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0이다. 2.2 정도는 돼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심각한 수치임이 틀림없다. 어쨌든 한국은 아기를 낳지 않는 나라 세계 1위를 다투는 실정이다.
세계 1위 타이틀이 우려되는 항목이 또 하나 있다. 고령화 속도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7%가 되면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14%를 넘어서면 고령 사회가 된다. 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넘어가는 기간을 보자. 프랑스가 115년, 미국이 75년, 일본이 44년 걸렸다. 한국은 딱 20년이다. 20%를 초과하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데, 오는 2025년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소멸이라는 용어를 쉽게 입에 올리는 저출산·고령화의 수렁 속에 깊이 빠졌다.
확실히 대한민국은 ‘소한민국’으로 변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최근 몇년 사이에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00년 이전부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 ‘농촌 소멸’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돼왔다. 2016년에는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79개가 ‘소멸위험 지역’에 진입했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발표까지 있었다.
결국 정부는 특별한 조치 없이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021년이 돼서야 부랴부랴 소멸위험 지역인 89개 시·군·구에 ‘지방소멸 대응기금’ 1조원을 조성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지난 2월 기준 지원 대상, 즉 소멸위험 지역은 118개로 불어나 우리나라 전체 시군구의 51.8%에 이르렀다. 이러한 지역 및 농촌의 소멸 현상은 저출산 고령화와 대도시 인구 집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렇게 지방과 농촌 인구가 급감하면 먼저 음식·숙박과 유통 등 지역 생활서비스업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또한 육아, 의료, 교육, 교통 등 복지 및 공공 기능이 축소되면 공동체 존립조차 힘들어진다. 이는 다시 지방과 농촌의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169개 면 중 병·의원이 없는 곳이 무려 401개다. 144개 면에는 밥을 사 먹을 식당조차 없다. 오죽했으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도소까지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겠는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시골과 농촌을 떠나고 있다. 빨리 붙들어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현재 소멸위험 지역에 연간 1조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 예산의 0.2%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이것을 인구감소지역 전체로 나누면 대략 한 시군구에 100억원 안팎이 배정된다. 이것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태부족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 지원액이 최소한 국가 예산의 1%는 돼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 유명 대학을 지방으로 옮기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에는 항공기 항로까지 바뀌는 나라다 보니 유명 대학의 지방 이전은 인구 분산 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농촌과 지방, 그리고 서울은 한몸이다. 어느 한곳에 병증이 생기면 결국 전체로 퍼지게 된다. 곧 사라져 없어지게 될 농촌과 지방을 살려내야 대도시와 수도권도 함께 건강해진다.
아울러 ‘다산다사’(많이 낳고 많이 죽음)에서 ‘소산소사’(적게 태어나고 적게 죽음)로 바뀐 인구 구조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촌에 사람보다 견공(犬公)이 더 많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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