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모두 ‘이낙연 신당 막기’ 총력전…“이 대표가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창당을 막으려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낙연 신당’의 정치적 파괴력을 떠나 총선을 앞두고 당의 원심력이 커지는 걸 조기에 막자는 취지지만, 정작 통합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는 분열상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운 놈 나가라, 싫은 놈 떠나라’ 식으로만 당이 나간다면, 그 종착지에는 혁신 없는 패배만이 남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고, ‘원칙과 상식’(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등 이재명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원 그룹) 4인도 당장 만나시라”고 요구했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정치적 대안이 불가피하다”며 새해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이 전 총리를 향한 민주당 구성원들의 비판과 성토가 들끓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직접 ‘원 팀’을 꾸리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저는 분열의 상징이 될 신당 추진을 비판하지만, 분열의 과정을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지도부의 수수방관 태도도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이슈에 비교적 말을 아껴온 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도 지도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마음이 떠난 듯 보이는 이낙연 전 대표도 찾아가 만나고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도 만나서 길을 물어야 한다”며 “말로만 ‘통합’을 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해야 한다. 가칭 ‘통합위원회’를 구성하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윤 의원이 구상하는 통합 기구는 이재명 대표 체제 유지가 전제다. 윤 의원은 한겨레에 “꼭 통합위원회가 아니어도, 통합이란 과제를 촉구하는 이들에게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답을 줘야 그들을 붙잡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도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의 역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낙연 신당’ 문제를 놓고 자칫 당내 감정이 격화될 수 있다고 봐서다. 당 안에선 ‘이 전 총리의 회군이 어렵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그렇다고 지도부가 손을 놓은 채 사실상 ‘이낙연 배제 전략’을 구사한다면 다른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부를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재명계를 표방하는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총리가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자신의 역사와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강득구·강준현·이소영 등 초선 의원 몇몇이 지난 14일부터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취합 중인 ‘이낙연 신당 창당 중단’ 연서명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소속 의원(167명)의 약 70%인 115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엔 이처럼 연서명 방식으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하는 게 거북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원칙과 상식은 논평을 내어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짓누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착잡하다”며 “왜 ‘모태 민주당원’임을 늘 자랑스러워했던 이 전 총리가 신당까지 결심하게 됐는지 생각해보는 게 예의”라고 주장했다. 또 “‘이낙연 신당’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연서명 압박이 아니고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이라며 이재명 대표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선당후사를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당 안팎의 잇따른 지도부 역할론에 지도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초대됐지만, 이 전 총리 쪽이 사전 일정을 들어 다른 시간대에 관람하면서 만남은 불발됐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전 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추진은 하고 있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이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만나자는 연락이) 직접이건 간접이건 없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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